매일신문

[계산논단] 대구, 부산, 울산 그리고 서울

아무래도 이야기 타래를 KTX로부터 풀어야 할 것 같다. 지난 세밑에 대구, 울산, 부산 등 세 곳의 광역시를 다녀갈 기회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한 달 전쯤 때마침 KTX의 울산역 개통과 함께 부산까지 2단계 KTX 공사가 막 완공된 시점이었다. 경부선 KTX로 인해 서울에서부터 대구, 울산, 부산 간의 이동이 매우 빨라지게 되었고, 미국의 고속도로 건설 이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수송혁명이 문화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하지만 KTX는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쪽에선 '빨대효과'(Straw effect)를 우려하기도 한다. '빨대효과'란 KTX 개통 이후 수도권의 강력한 흡인력에 지방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서울~부산 구간을 1시간43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주 부친이 대구 한 종합병원에 입원하셨기에 잠시 다녀왔다. 일반병동으로 옮기기 전에 중환자실에 계신 부친을 잠시 뵈었다. 대구에서 그나마 크다는 종합병원의 중환자실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지를 미처 몰랐다. 서울지역 대형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의 규모나 서비스에 비교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의료 서비스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문제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평준화가 된 것 같은데, 가장 기본적인 의료진들의 근무환경과 환자들의 의료위생 문제는 바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병원 등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바이러스 감염사례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집중치료가 필요한 중환자실에 가족들이 방문할 때 필요한 위생관리 규칙이 단순히 표지 하나 나누어주고 방문자 수만 통제하는 선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되었다. 외래 방문자들의 마스크 착용이나, 기타 오염물질에 대한 사전 위생검열은 아예 생각지도 못할 것 같다. 매우 당혹스러웠다.

2006년 KTX 개통 이후 대구 인구의 서울지역 병원 이용률이 2003년 대비 44.6%나 치솟았으며, 당시 KTX가 운행되지 않던 울산도 지역인구의 서울지역 병원 이용률이 30% 증가한 바 있다. KTX로 인해 향후 지방경제의 위축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하지만 이런 자극은 좀 억지 같은 낙관론이긴 하지만 지방의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자극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한다.

부산은 한국의 제 2의 도시다. 현재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지역별 총생산규모(GRDP) 자료를 보면, 2008년 현재 1인당 부산의 GRDP는 1천612만 원으로 서울과 6개 광역시 가운데 울산과 인천 다음으로 4번째다. 1개 특별시와 6개 광역시 가운데 울산이 4천862만 원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서울 2천448만 원, 인천 1천827만 원 순이다. 2008년 현재 1인당 GRDP의 증감률은 부산이 그래도 울산의 9.23% 다음으로 높은 7.9%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2009년 발표된 시도별 성장률에서는 부산의 전년대비 경제성장률은 꼴찌인 대구의 -3.8%에 이어 두 번째인 -1.6%를 기록했다. 울산도 -1.1%로 경제성장률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상당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부산, 대구, 울산 경제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참고로 같은 기간 서울의 경제성장률은 1.2%, 광주 0.4%, 대전 0.1%, 인천 -0.3%였다.

필자는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일 때 부산을 들를 때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자고 강조했었다. 21세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인천과 평택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했었다. 샌프란시스코나 상해 앞바다에서 내륙을 바라다보면 글로벌 금융회사나 기업들의 빌딩이 보이지만, 부산 해운대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들이다.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의 모태 지역인 대구를 가면 그 흔적조차 없다. 과거 제일모직과 합섬이 있던 자리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울산도 다르지 않다. 태화강 주변이 아파트 천지다. 자긍심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점차 사라지고, 돈은 과거보다 더 빨리 서울로 올라간다. 대기업과 좋은 대학은 모두 서울과 경기도에 몰려 있다. 천안까지 수도권이 확대되고 있다. 오늘도 KTX는 달린다. 돈 실은 KTX가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대구를 돌아 쌍끌이 수금을 한다. 대구, 울산, 부산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어쩌면 시간은 이들의 편이 아닌 듯하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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