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화·도전·뚝심'…스타강사 양준혁의 인기 3대 비결

진솔한 '32년 야구인생' 대학·기업서 요청 쇄도

양준혁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가 29일 오전 대구테크노파크 임직원 워크숍이 열린 대구은행연수원 강당에서 강의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
양준혁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가 29일 오전 대구테크노파크 임직원 워크숍이 열린 대구은행연수원 강당에서 강의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

양준혁(42)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 선수가 스타강사가 됐다. 자신의 32년 야구 인생을 풀어내는 이야기꾼으로 변신한 그에게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대학 강의부터 기업 신입사원 연수와 임직원 강의까지, 일주일에 서너 차례 빡빡한 강의 일정을 소화해낸다. 사람들이 '양준혁표' 강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식'이 있는 야구 이야기=29일 오전 9시 30분 경북 칠곡군 동명면 대구은행연수원 대강당에 양 씨가 나타났다. 대구테크노파크 임직원 워크숍의 마지막 강사로 초청됐기 때문. 양 씨의 강의에는 화려한 파워포인트 자료도, 전문 강사처럼 뛰어난 말솜씨도 없었다. 마이크를 잡고 1시간 30분 동안 묵묵히 '양준혁의 야구 인생'에 대해 말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고 집중했다. 강의 제목은 '위기에 맞서는 담대한 도전'.

"인생에 누구나 시련이 있고 위기가 있잖아요. 제 인생이 곧 야구니까, 저는 그 모든 것을 야구에서 겪었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그의 강의에는 모든 인생에 대입할 수 있는 공식이 있다. '변화'다. 정상에 섰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변화를 택했다. 삼성이 한국 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한 2002년 당시 그는 큰 결심을 했다. "저는 이미 30대였어요. 30대로 접어들면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인식이 강할 때였죠. 이제 한물간 게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 속에서 타격 폼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무수한 연습 끝에 양 씨는 '만세 타법'을 개발했고, 2003년 홈런 33개를 치며 다시 부활했다.

◆인생의 '신상'을 만들자=그의 뚝심 있는 인생도 인기 강사가 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양 씨는 지난해 9월 19일 은퇴 전까지 삼성을 지켰고, 선수 생활을 하며 MVP상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했으나 한국 야구사에 9개의 신기록을 세웠다.

"제가 삼성을 고집한 것은 삼성이 좋아서라기보다 '대구' 때문이었어요. 저는 대구 토박이 아닙니까. 삼성이 대구에 있으니 제가 충성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는 31일부터 '대구의 얼굴'로도 활동한다. 대구시가 이날 양준혁을 대구시 홍보대사로 위촉했기 때문. "올해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라는 큰 잔치가 열리잖아요? 침체된 대구 분위기를 스포츠를 통해 바꿀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뛰겠습니다."

그라운드를 떠난 그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SBS와 케이블채널인 'SBS ESPN'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게 됐고 청소년야구재단 설립을 위해서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감독의 길을 가길 원했던 지인들의 바람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감독이 되는 일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지만 청소년야구재단은 제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이들을 잘 키우면 그 중에서도 프로선수가 나올 수도 있잖아요. 감독보다 더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항상 변화를 꿈꾸는 그이지만 자신만의 '명품론'을 갖고 있다. 그는 "명품의 의미는 깊은 전통과 역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는 신상품 개발에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은 매년 신상품을 만듭니다. 소비자들이 항상 같은 상품만 찾는 것은 아니니까요. 저도 이제 해설위원으로, 청소년야구재단 설립으로 제 인생의 신상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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