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 왜? 어떻게? 잠자는 열공본능 스스로 깨운다

대구시교육청 학습 플래닝 캠프 가보니…

▲진로 교육과 학력 증진을 위해 학습 플래닝 등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진로 교육과 학력 증진을 위해 학습 플래닝 등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리더십교육 중점학교' 사업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사업 학습 플래닝 심화과정 캠프에 참가한 대구지역 중학교 3년생들이 조별로 나눠 토론을 거친 뒤 상황극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공부는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 답을 내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진로를 걸을 것인가. 꿈을 정하고 나면 길은 저절로 나타난다.

중학생들의 학습 동기 유발과 자기 주도적인 미래 설계를 돕기 위한 '내 삶의 내비게이션! 학습 플래닝 캠프'가 지난달 27, 28일 대구 중학교 3학년생 9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구교육해양수련원(포항시 흥해)에서 열렸다.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한 이번 캠프는 중3을 상대로 한 '학습 코칭' 과정에 중 1, 2년을 위한 '리더십 교육'과 '진로 코칭' 과정을 더해 진행됐다. 학생들은 이번 캠프에서 잃었던 공부 자신감과 의욕을 되찾았고, 자신의 새 모습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함께한 교사들도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학습 플래닝, 자신감 키웠어요!

"'행동부터 1%가 돼라'와 '절박함을 가지고 노력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신지윤(침산중 3년) 양은 이번 학습 플래닝 캠프에서 공부 방법과 진로 설정에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 한 달간 '학습 플래닝' 방법을 실천하면서 기상 시간이 일정해졌고, 인터넷 강의 매일 듣기, 자투리 시간에 영어 단어 외우기도 몸에 뱄어요. 고등학교에 가서 어떻게 공부할지 막막했는데 이젠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특히 지윤이는 진로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돼 뿌듯해했다. 막연히 남을 돕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꿈만 있었는데 친화력, 언어능력에 강점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교민들을 돕는 외교관이 되기로 마음먹게 된 것.

김명준(서변중 3년) 군은 고교 신입생활에 대한 긴장감을 덜었다. "시험 준비 방법과 과목별 학습 요령 등 다양한 정보를 갖게 돼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남은 겨울방학 동안 직접 세운 학습 계획에 따라 착실히 준비할 겁니다."

이번 학습 플래닝 캠프의 핵심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경험을 통해 공부에 대한 성취도를 맛보도록 하는 것. ▷수업듣기, 예습·복습, 책읽기, 노트 정리, 기억·집중하기, 자신의 학습 스타일 파악 ▷중요도에 따라 행동 우선순위 정해 기록하기 ▷5분 단위로 5~20분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목록 작성 및 실천 평가 기록 ▷행동 관리 목록으로 달성 여부 기록하는 일일·주간계획표 작성 ▷시험 3주 전략 로드맵 작성법 ▷수행평가 준비 요령 등이다.

이번 캠프는 다양한 인성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90여 명의 참가 학생들은 대인 관계 형성, 의사 소통, 상호 배려 등 리더십 자질을 익히는 흥미로운 경험도 했다.

27일 오후 수련원 시청각실에서는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왕따 문제를 두고 상황극이 한창이었다. 책상에 앉아 마이크를 잡은 김희애(중리중) 양은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다. 친구들의 킥킥대는 웃음소리에도 아랑곳않고 희애는 진짜 아나운서처럼 낭랑한 목소리로 왕따 관련 영상물과 상황극까지 소개했다. 학창 시절 왕따 경험이 있다는 대학교수 역으로 설정된 권세영(강북중) 양은 희애와의 인터뷰에서 "주위의 무관심과 피해 학생의 성격이 왕따의 주원인"이라며 "성격은 쉽게 바꿀 수 있으니까 주위에서 먼저 친구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5개 팀으로 나뉘어 왕따 문제나 이상적인 학교상(像) 등에 대한 상황극을 펼쳤다. 학생들은 때로 웃고 떠들면서도 제법 진지하게 주제를 다뤄나갔다.

이튿날에는 대진고 김태진 교사의 고교 과목별 학습법 강의가 이어졌다. 김 교사는 언어영역의 경우 교과서를 여러 번 읽고 지문의 주제를 정확히 파악할 것, 수리영역에서는 다른 문제풀이를 시도하는 등 기출문제를 꾸준히 풀고 변형된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는 식의 '트랜스포머 기법'을 제시했다. 외국어영역에서는 정확한 해석에 기반을 둔 채 다양한 소재, 많은 양의 지문을 읽을 것을 강조했다.

캠프에 참가한 교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대구일중 김혜순 교사는 "교실에서 빛나지 않던 아이들이 이번 캠프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볼 때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할 때와 같은 기쁨을 느꼈다"며 "교사들에게도 아이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대구동부고 최상도 교사는 "학생들이 공부를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캠프에서 학습 플래닝 실천 여부를 재점검하는 한편 앞으로는 지역별로 설치된 Wee센터를 통해 학생들이 예약하면 상담에 응하는 등 꾸준히 사후 관리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리더십교육 중점학교는?

'리더십교육 중점학교'는 대구시교육청이 글로벌 인재 양성과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야심 차게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발전 가능성이 큰 중학생들에게 원활한 대인 관계 등 리더십 자질을 키워주는 한편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미래 인재로 육성하자는 취지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이 사업에 5억원을 투입, 서·남·북구 지역 39개 중학교 2·3년생 5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로와 학습코칭 과정을 운영했다. 거점학교 10개를 지정해 학교별로 선발된 학생들이 토요 휴업일과 겨울방학 동안 모이도록 했고 현직 교사로 구성된 대구학생글로벌인재육성지원단이 강의를 맡았다. 또 글로벌 리더 인재육성지원센터(ican.or.kr)라는 별도 홈페이지를 운영해 관련 정보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1학년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주제로 강의를 들었고, 2학년은 흥미유형 검사와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적 목표 설정 등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진로코칭 과정을 소화했다. 특히 고교 진학을 앞둔 3학년생은 학습코칭 과정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익혔다. 자투리 시간 활용 등 효과적인 시간 관리 전략, 연간·월간·주간 계획표 작성법, 노트 필기법과 학습시간 배분법 등 과목별 효과적인 학습 전략, 독서활동기록법과 포트폴리오 작성법 등 자기주도적 학습법이 강의의 주요 내용이었다.

시교육청은 프로그램 참가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고 교사들도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자 '리더십교육 중점학교' 운영 사업을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학력증진담당 황진숙 장학사는 "요즘 아이들이 꿈이 없고 학습동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일일이 챙겨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프로그램 성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리더십교육 중점학교'를 확대·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고교 생활 준비에 유용한 사이트

에듀팟(http://www.edupot.go.kr)-창의적 체험활동종합지원시스템

고크리(http://www.gocreative.co.kr)-창의적 체험활동, 입학사정관제 가이드

EBS 공부의 달인(http://home.ebs.co.kr/gongdal)-전국 우수 학생들의 공부 비법과 공부 과정 소개

EBS 램프학습 플래너(http://www.lampstudy.co.kr)-학습 플래닝 소개, 심리검사, 시간관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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