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銀, 공격경영 쾌거 "대구경북 자존심 살렸다"

지역은행 최초 금융지주회사 전환

대구은행이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지방에 근거를 둔 은행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한국 금융 역사상 최초의 시도다.

수도권 팽창과 지역 상권 몰락으로 지역에 근거를 둔 상당수 은행들이 현상 유지에 급급한 반면 대구은행은 오히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공격 경영에 나선 것. 지역 은행 연합으로 추진됐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무산된 이후 독자적인 움직임으로 이뤄낸 쾌거로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출범 이후 몸집 불리기 나설 듯

대구은행(은행장 하춘수)은 31일 임시주총에서 ㈜DGB 금융지주 설립을 위한 주식이전 계획을 승인했다. DGB 금융지주는 주식이전을 통해 ㈜대구은행, ㈜대구신용정보, ㈜카드넷 등 3개 자회사를 두게 된다.

올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지주사는 공식 출범하게 되며 대구은행은 이를 위해 '금융지주사설립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설립 후 대구은행의 첫번째 행보는 '몸집 불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교통카드인 카드넷을 인수했지만 아직 금융지주사 형태를 갖추기에는 소속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탓이다.

현재 캐피탈,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중 서민대출을 담당하면서 시장 장악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캐피탈사가 우선 추진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내 시너지 창출과 저소득 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캐피탈업 진출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지역은행 중 점유율 최상위권(수신기준 대구 43%, 경북 20%)을 기록하고 있는 네트워크식 점포망이 신규 금융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금융상품 개발이 쉽고 높은 인지도를 기반으로 계열사 간 전문 인력과 고객 정보, 유통망이 공유돼 타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이다.

◆동사무소보다 많은 지점, 한계와 강점

금융지주사로 대구은행 미래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는 대구경북의 향후 경제력이다.

대구경북의 대표은행으로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어 '성장 추진력'이 지역 경기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따라서 지역 경기 침체로 투자가 줄고 젊은 인구가 감소하면 대구은행의 성장 리스크는 그만큼 높아진다.

하지만 부산은행, 전북은행과 더불어 지방색을 뚜렷하게 내는 지역은행이라는 점이 오히려 DGB금융지주의 활로가 될 수도 있다.

대구경북의 자존심이라는 의미에서 대구은행을 선택한 지역민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탄탄한 영업망은 시중은행들이 쉽사리 범접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대구 163개 지점(전국 229개 지점)은 대구 전역의 동사무소 숫자보다 많다는 게 대구은행의 자랑거리다. 또 대구경북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는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고객정보를 활용해 증권사, 보험사 등 '종합금융 백화점'으로 도약하기에 용이하기 때문. 무엇보다 43%(수신 기준)에 이르는 지역점유율은 여타 지역은행이 넘보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 측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약점이면서 강점이 될 수 있다"며 "대구시민 전체의 95%가 대구은행 계좌를 갖고 있다는 게 운명공동체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GB 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초기 정착 후 사업을 다각화하고,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효과를 본격적으로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43년 간 대구경북 대표은행으로 자리잡은 대구은행의 강점을 살려 '지역 밀착형' 금융지주로 곧추서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민과 지역 기업의 금융 수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지주사를 운영하고, 점포망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민의 금융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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