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은 말 그대로 건강한(well'안락한, 만족한) 인생(being)을 살자는 의미이고, 물질적인 가치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마음의 평안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중시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사회복지적인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웰빙이나 웰페어(welfare)는 '불만이 없는 상태' '만족할 만한 상태'를 의미한다. 웹스트(Webster) 사전에 의하면 '안락하고 만족한 생활상태' 또는 '인간의 건강과 번영의 상태'라고 정의되어 있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웰빙은 반전운동과 인권운동 정신을 계승한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이 고도화된 첨단문명에 대항해 자연주의, 뉴에이지 문화 등을 받아들이면서 파생된 생활방식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웰빙은 건강과 생식이 화두로 등장하면서부터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일종의 삶의 방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웰빙에서 파생된 웰빙족은 겉으로 볼 때는 부르주아 같은 삶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의 삶의 방식은 겉치레를 중시하는 부르주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웰빙족은 고급이지만 브랜드가 경박하게 드러나서는 안 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미보다는 그 속에 담긴 질을 더 중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식생활에 있어 이들은 확실한 차별성을 드러내는데 기존의 식생활을 탈피하고 순수 자체인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또한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덕담을 서로에게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이 시대의 신계층인 이 웰빙족은 매일 저녁 이어졌던 술자리 모임을 피하고 퇴근 후 곧바로 피트니스 센터를 찾거나 요가 센터를 찾아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일을 생활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투자의 대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 투자의 대상이 부동산이나 은행의 금융 상품 같은 외부의 상품에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이 신세대 큰손 웰빙족을 겨냥한 업종과 상품은 불황에서도 예외가 된다. 이러한 산업의 성장은 주 5일 근무제와 더불어 언론의 보도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이루어진다. 최근 들어 유행 권력(?)은 웰빙과 관련된 곁가지 트렌드를 만드는 데 혈안이다. 친환경 유기농 자연주의 디톡스 환경 주거 등 웰빙 열풍의 곁가지를 살펴보면, 이들 대부분이 상업적 이해와 연결돼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의 제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상품을 웰빙 제품이라고 이름 붙이기에 급급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상업주의적 웰빙 마케팅에 현혹되어 제품 선택에 분별력을 잃고 동시에 웰빙의 근본적인 의미를 망각하고 있다. 또한 웰빙 상품들은 기존 제품에 비하여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웰빙이 마치 상류문화인 것처럼 변질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에는 상류층을 상대로 한 스파와 경락마사지, 피트니스 센터가 성업 중이고 먹을거리와 마사지, 체형관리 등이 포함된 '웰빙 패키지'의 경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나와 있기도 하다.
끼니때마다 유기농을 먹고 저녁마다 요가를 하고 주말마다 온천을 다니는 게 웰빙이 아니다. 웰빙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쓰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웰빙은 어떻게 사느냐에 관한, 다분히 철학적인 코드다. 웰빙은 말 그대로 존재(being)의 안녕이자 완성이다. 자기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고 몸과 마음이 행복한 삶을 지칭하는 것이다.
웰빙이 시작된 서구에서도 웰빙 문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는 왜곡을 막아주는 최소한의 장치로 '정신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국내의 웰빙 문화가 웰빙 산업의 형국에 갇혀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웰빙을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육체적으로 건전한 문화적인 삶이라는 점을 깨달아 정신을 가꾸는 문화현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웰빙에는 나만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넘어서 현재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돌보고,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적 부적응 상태에 함몰되지 않도록 예방하며 '사회 공동의 웰빙'을 증진시키는 '사회적 건강'이 포함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효진(경일대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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