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례음식 대행업체 "열흘 전 주문 끝"

저렴하고 손쉽게 상 차리자…매일 문의전화 20∼30통씩

맞벌이 주부인 김미래(35) 씨는 고민 끝에 올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대행업체에 맡겼다. 예약을 할 경우 장을 봐서 차례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고생도 덜하고 10만원가량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형마트나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서 음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하고, 오히려 저렴하게 차례상을 마련할 수 있어 좋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전문적으로 차례상을 차려주는 업체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기·과일·생선 등 제수용품 물가가 급등한데다 한파까지 겹치면서 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상을 차릴 수 있어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내에서 성업 중인 제사음식 대행업체는 10여 곳이다. 이들 업체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은 뒤 차례음식을 만든다. 31일 찾은 대구 중구 동문동 한 제사음식 대행업체는 200가구로부터 예약을 받아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한쪽에서는 배추와 부추, 고등어, 굴비 등 차례음식을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포장하는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렇게 준비된 차례상은 설 전날이나 당일 새벽까지 가정에 배달된다. 이 업체 대표 이창섭 씨는 "이미 열흘 전에 200개의 예약 물량이 모두 동났지만 매일 문의 전화가 20~30통씩 걸려올 정도다. 지난해에 비해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제사음식 대행업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 덕분이다. 대행업체가 차례상(10인 기준)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20만원 수준. 그러나 비슷한 양의 제사음식을 직접 만들 경우 28만~32만원이 든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예약 주문을 받아 대량으로 상품을 확보하면서 구입 단가를 낮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량으로 차례음식을 만들다 보니 제때 음식이 배달되지 않거나 기대보다 양이 너무 적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주부 이화숙(55·대구 중구 내당동) 씨는 "지난 추석 때 인터넷으로 차례상 음식을 주문했는데 뜨거운 음식과 찬 음식이 뒤섞이고 빼달라고 했던 품목이 오기도 했다"며 "또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의 양이 적어서 가족과 친지들이 다 나눠먹기에는 부족했다"고 불평했다.

또 다른 제사음식 대행업체 권귀화 대표는 "명절 특수를 노리고 허가없이 제수음식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값이 싸다고 좋아하지 말고 믿을 만한 업체에 주문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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