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음식에는 '황제부터 거지까지' 사람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윤덕노(53) 씨가 최근 출간한 '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는 평범한 길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접한 싸구려 음식에 불과할 뿐이라고 치부해왔던 길거리 음식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내놓은 것. 저자는 "음식의 유래를 찾기 위해 동양고전 등 150여 편의 문헌을 뒤졌다"고 했다.
그가 음식문화사에 빠져든 것은 10여년 전의 일이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매일경제신문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음식의 천국 중국에서 다양한 스토리를 접하게 된 것. 윤 씨는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해외취재를 통해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 볼 기회가 많았고, 그 속에 담긴 사연들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외국 음식에서 생긴 관심이 자연스레 우리나라 음식문화로 옮아오면서 음식 이야기 찾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저자는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음식 탐구에 나섰다. 중국말을 할 줄 알다보니 대충 옛 문헌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사실 전 세계의 고문을 뒤적거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그리스 로마 문헌은 영어로 번역된 것을 찾아 읽고, 중국문헌도 많이 참고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기록물의 경우에는 고려시대 이전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음식 연구에 뛰어들면서 그의 오랜 습관도 바뀌었다. 담배도 끊고 음식은 채식 식단을 선택했다. 그는 "예전에는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안 먹는다"며 "동물학대나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보호하는 게 올바른 음식 철학"이라고 했다.
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 선보인 '음식잡학사전'은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연말에는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조만간 밥 이야기를 정리한 '신의 선물'(가제)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밥이 탄수화물 덩어리로 취급받으며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옛 문헌을 보면 쌀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며 "지금은 지나치게 먹고 낭비 하다보니 성인병에 걸리는 것인데 '과유불급'이라는 옛 말이 밥에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했다.
25년을 기자로 생활하다 이제 전업 작가로 인생 2막을 써 내려가고 있는 그는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기사를 써서 반향이 올 때와는 또 다른 짜릿함이 있다"며 "이미 출간된 책을 포함해 음식의 문화사를 10권으로 정리해 제대로 된 음식 문화사를 정리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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