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구아미(48) 씨는 2007년 대구 수성아트피아 개관 때부터 이곳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를 꾸준히 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오페라 감상부터 미술사, 철학 등 강좌 종류도 다양하다. 수강을 거듭할수록 좀 더 깊이 있게, 다양하게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4년 정도 아카데미에 다닌 덕분에 이제는 문화나 예술이 생활 속 일부분으로 스며들 만큼 자연스럽다고 한다. 구 씨는 "옛날에는 친구들끼리 모이면 자녀 교육이 주 이야깃거리였으나 지금은 공연이나 문화·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책을 보더라도 과거 손도 대지 않았던 철학이나 인문학 관련 책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전시 등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연장이나 박물관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 전문 강좌나 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고 듣는 것 위주의 소극적 문화활동에서 벗어나 직접 공부하고 즐기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문화 수업에 '장사진'=15년째 이어오고 있는 국립대구박물관 대학은 매년 수강생을 모집하기가 무섭게 마감되기 일쑤다. 정원 300명 모집인데 모집일에는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인기다. 국립대구박물관회 조영길 회장은 "과거에는 인터넷 모집도 한 적이 있는데 접속자가 많아 서버가 다운이 되기도 했다"며 "특히 교직·공직 퇴직자들이나 주부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박물관 대학은 매년 4개월 정도 국내 문화유적과 세계문화사, 세계유적 등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무엇보다 7만~8만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전국의 이름난 교수들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또 3차례 정도 국내 답사와 졸업여행으로 중국 실크로드 답사를 하고 있다. 특히 대학을 수료하면 박물관회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박물관회에서는 매월 1차례 정도 국내 답사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박물관 대학을 수료한 장정부(66) 씨는 "요즘 유적지를 지날 때마다 대학에서 배운 역사가 생각나 무척 재미있다. 새로운 것을 배운 덕분에 요즘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대구작가콜로퀴엄의 강좌도 일반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300여 차례 진행된 예술·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강좌에 연인원 4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가을에 신설한 '미술관 기행'에는 1차 45명 참석에 이어 2차에는 80여 명이 참석할 만큼 호응도가 높았다. 미술관 기행에 참가한 김태숙(41·여) 씨는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문화 여행으로 무척 유익했다"고 말했다.
◆공연장, 예술 교육장 역할=공연장에서의 전문 문화·예술 강좌에도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7년 개관할 당시부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수성아트피아는 개설 과목이 20여 종, 80클래스에서 지금은 50여 종 120클래스로 대폭 늘었다. 전체 과정의 모집률도 92%에 이르고 기존 수강생의 재접수율도 80%에 육박한다. 강좌는 크게 성인예술이론과 인문학 과정, 예술실기 과정, 아트키즈과정, 특별예술과정 등으로 나뉘는데 특히 오페라 감상과 클래식 감상이 인기가 많다. 이정아 팀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보고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강좌를 꾸몄는데 지금은 수강생들이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며 나아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형태의 강좌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수강생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불우시설 등을 찾아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강좌에도 학부모들의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지난 1월 3주 과정으로 '미숙아, 놀자! 예술 아카데미'라는 체험 강좌를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음악이나 미술, 연극, 뮤지컬 등을 가르쳤는데 기존처럼 단순한 강의 형식이 아니라 어린이들과 직접 작업을 하고 체험을 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수업이었다. 봉산문화회관 공연기획 김아미 씨는 "과거에는 학부모들이 방학 때 아이들에게 어떤 과외공부를 시키는지가 화두였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공부 외에 문화나 예술 등과 관련한 교육을 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유익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반응"이라고 말했다.
문화평론가 윤규홍 씨는 "대구 시민들의 전체적인 심미안이 많이 올라가면서 그만큼 문화나 예술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이것이 시장 경쟁 논리에 따른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내놓는 공급자 입장과 맞아떨어지면서 문화·예술 교육이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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