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월세 상한제,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전셋값 급등 사태와 관련, 상한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강용석 무소속 국회의원이 3일 전'월세 상한선을 지정,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징금을 물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토해양부 장관이 전'월세 급등지역에 대해 가격 상한선을 지정'고시, 이를 초과할 경우 집 주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앞서 민주당도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집 주인이 전셋값을 1년에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임시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이 이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최근 전'월세 인상 사태가 도를 넘어서며 세입자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93주 연속 상승하며 8년 만에 최고조에 이르자 재계약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수천만 원, 혹은 그 이상의 전셋값 인상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싼 지역으로 이주하는가 하면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 자산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지방의 전세난과 전셋값 인상도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년여간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늘리지 않아 이 같은 사태가 촉발되었고 지난달 중순 서둘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가 집 주인과 세입자 간의 사적인 거래에까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시장의 논리를 흐트러뜨린다는 입장이다. 또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집 주인들이 전세를 내놓기 꺼려해 공급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계약과 실제 전세금이 다른 이중 계약의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셋값이 터무니없이 뛰어 서민들의 주거 생활을 불안정하게 위협한다면 시장의 법칙에만 맡겨두기가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주거 문제는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뒤흔드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면서 서민 세입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은 검토해 볼만하다.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월세 상한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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