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고 싶은 공주는 내가 이제까지 알고 있던 공주의 환상을 무참하게 깨트린 책이다." "성경의 판매 부수를 깨뜨린 책이 과연 있을까?" "속살이 드러난 불그스레한 날개 두 쪽과 몸통 살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언젠가 한국의 한 회전초밥집에 갔는데, 불그스름한 초밥이 나왔다." "심부름을 보낸 아이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외지로 떠난 자식들이 모두 감감소식이라 걱정이 된다." "그 짐은 눈대중으로도 무거울 것 같았다." "눈어림으로 봐도 이 옷은 동생에겐 작겠다." "그는 눈짐작으로 맞는 옷을 골랐다."
'-뜨리다' '-트리다', '-스레하다' '-스름하다', '감감무소식' '감감소식', '눈대중' '눈어림' '눈짐작'은 복수표준어다. 이와 같은 복수표준어로는 '서럽다-섧다', '여쭈다-여쭙다' '기세부리다-기세피우다' '넝쿨-덩굴' '들락거리다-들랑거리다' '딴전-딴청' '만큼-만치' '모내다-모심다' '무심결-무심코' '어금버금하다-어금지금하다' '여태-입때' '욕심꾸러기-욕심쟁이' '우레-천둥' '입찬말-입찬소리' '장가가다-장가들다' '제가끔-제각기' '천연덕스럽다-천연스럽다' '한턱내다-한턱하다' '흠가다-흠나다-흠지다' 등이 있다.
이외에도 '좀처럼-좀체' '여태껏-이제껏-입때껏'은 복수표준어이나 '좀체로-좀해선-좀해' '여직껏'은 복수표준어가 아닌 틀린 표기이다.
앞서와 같이 복잡한 표준어 규정이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들이 우리글을 어려워하여 글로써 표기하는 걸 망설이게 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너무나 다양한 표현을 가진 우리말이,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영어 등으로 번역할 때 이에 상응하는 어휘를 찾지 못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2주에 하나꼴로 언어가 사라져 21세기 안에 현재 사용 중인 6천700여 개의 언어 중에서 영어'중국어'스페인어만 남고 상당수는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나라 국어 정책을 연구하고 수행하는 국립국어원이 1월 23일로 개원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새롭게 정비된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등에 따라 50여만 개의 단어를 수록한 표준국어대사전 편찬, 생활 속 국어 관련 궁금증을 전화로 풀어볼 수 있는 '국어생활종합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는 현재 국내외를 포함해 7천600만 명 정도가 쓰고 있어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을 2천 400만 명만 더 확보해 1억 명이 사용한다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언어가 될 것이라고 국립국어원은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준별 맞춤형 한국형 교재를 발간하고 외국어로 된 한국어 강좌를 DVD로 제작해 보급할 계획이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이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언어란 어린아이와 같아서 관심을 기울이고 아끼는 만큼 아름다워지고 발전합니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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