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트로츠키 암살 라몬 메르카데르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쫓아내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해외 망명지에서 펜으로 자신을 긁어대는 트로츠키를 꼭 죽이고 싶었다. 1931년 암살지령을 내렸지만 좀체 성공하지 못했다. 스탈린의 소망은 10년 후 스페인 공산주의자 라몬 메르카데르(1914~1978)에 의해 이뤄졌다.

1914년 오늘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골수 공산주의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공산주의자가 됐다. 스페인 내전 중 극좌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KGB의 전신인 NKVD(내무인민위원회)의 비밀 요원으로 선발됐다. 트로츠키 살해 지령을 받고 1939년 캐나다 사업가로 위장해 트로츠키의 망명지 멕시코에 잠입했다. 트로츠키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은 트로츠키의 신봉자로 그의 가족과 가깝게 지내던 실비아 에이지프로라는 여성을 유혹해둔 덕이었다. 그녀의 소개로 트로츠키의 믿음을 얻는데 성공한 그는 1941년 8월 21일 등산피켈을 트로츠키의 정수리에 꽂아넣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 트로츠키는 다음날 사망했다. 멕시코 경찰에 체포돼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60년 석방됐다. 잡힌 뒤 끝까지 '몸통'이 누군지 불지 않을 만큼 스탈린의 충견(忠犬)이었다. 그 덕에 소련 최고훈장인 '소련연방영웅' 기장을 받고 '천수'도 누렸다.

정경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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