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로' '탁 트인 바다(가덕도) 두고 첩첩산중(밀양) 웬말인가?'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놓고 대구·경북·울산·경남과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부산. 부산의 '신공항 올인(All-in)' 수위도 대구 못지않았다. 2일 늦은 밤, 서울에서 출발해 경부선,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통해 대동 톨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아 번쩍이는 플래카드. 바람에 펄럭이는 '동남권 신공항은 가덕도로!'라는 플래카드였다.
'부산도 달아올랐네'라는 생각도 잠시. 만덕을 지나 미남로터리, 사직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영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유치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로 뒤덮여 있었다. 플래카드는 가로수 사이를 이었고 크고 작은 건물도 도배하다시피 했다. '○○동 주민회' '○○부녀회' '○○축구동호회' '○○협의회' 등등 플래카드를 내걸 수 있는 명의자는 모조리 동원된 듯했다. 소공원,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대형소매점, 전통시장, 삼거리, 사거리 등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는 '신공항 플래카드' 홍수였다. 미남로터리, 서면로터리 등의 건물 옥상 전광판에는 광고 하나가 끝나면 이어 가덕도 신공항 관련 광고가 번쩍였다.
대형소매점에서 만난 부산의 한 주민은 "지난해 말부터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가 나붙었는데 점점 불어났고, 이웃들도 이제 '신공항이 부산에 안 오면 모두 굶어 죽는다며?' 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이라며 "정부가 3월에 입지를 발표한다면서 그날만 기다리고 있자는데 만약 부산에 안 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라고 했다. 정부와 청와대가 신공항의 정치적 접근을 경고했고 지자체도 과열 양상을 부추기지 말라고 자제 요청을 했지만 오히려 '가덕도 신공항' 플래카드와 전광판은 날로 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신공항이 가덕도에 안 오면 정치적으로 심판하겠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했다.
설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도 가세했다. 이들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는 등 고향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운수업을 하고 있다는 김종철(45) 씨는 "인천공항이 영종도에 건설돼 세계적인 공항으로 발전했듯이 동남권 신공항도 가덕도에 건설되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냐"면서 "부산시민들은 당연히 가덕도로 유치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유발효과 20만 명, 생산 유발효과가 최대 17조원이라는 '무조건 신공항론'이 회자하면서 각양각색의 모임에서 신공항이 최대 이슈라는 얘기도 나왔다. 문제는 신공항으로 인한 영남권 분열 양상이었다. 부산 주민들에게는 경남과 대구경북이 '신공항 3적(敵)'으로 치부됐다.
포항 이상원·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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