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논제는 '논설이나 논문, 토론 따위의 주제나 제목'을 의미한다. 논술에 있어서의 논제는 출제자가 제시한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논술문을 작성할 때 가장 기본적인 작업은 논제를 파악하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을 지니고 있지만 논술문을 작성할 때 자신만의 생각을 무의미하게 나열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일이다. 논술은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출제자의 의도는 논제에 나타난다. 따라서 논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논제에 드러난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으면 충실한 논술문을 작성하기 어렵고, 논술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가)의 관점에서 (나)를 비판하라고 했는데 (나)의 관점에서 (가)를 비판하거나 비판의 내용이 담기지 않은 글은 논술문으로는 무의미한 글이다.
논제 분석은 논술문 작성의 시작이자 끝이다. 논술은 단순하게 글을 쓰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다. 출제자가 요구하는 답안을 제한된 시간 안에 기술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완전히 개방된 상상력을 요구하는 백일장 형식의 글쓰기와는 다르다. 다시 말하자면 논제는 논술고사에서 주어진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논술에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출제자가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사항이다.
이미 앞글에서도 잠깐 다루었지만 통합교과논술에서 논제로 제시되는 질문 유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요약하라.
2)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나)를 비판하고, (나)의 관점에서 (가)를 비판해보라.
3) 두 제시문에 나타난 관점 중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여, 그 입장에서 주어진 와 를 설명해보라.
4)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라.
(박정하, , 대구통합교과논술직무연수 교재에서 인용)
통합교과논술은 대체로 이렇게 구성된 한 세트의 문항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네 문항은 다음과 같은 능력을 평가한다. 1)은 기본적인 읽기 능력을 평가한다. 제시문을 비교, 대조해서 이해한 내용을 평가한다. 논제를 통해 제시문을 읽을 때는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그렇게 분석한 내용을 요약하는 과정도 많은 대학별 논술고사에 반복돼 출제되는 유형이다. 2)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평가한다. 단순히 비판하라는 유형보다는 특정한 관점을 통해서 비판하라는 유형이 일반적이다. 3)은 제시문 내용을 응용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 중에서 자신의 생각에 가까운 관점을 선택하여 그 관점을 통해 주어진 상황을 설명하는 형태이다. 4)는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대안을 모색하는 일은 현상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현상이 지닌 문제점을 분석하여 미래사회의 바람직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바로 논술의 본질이 아닌가?
논술은 언제나 세상에 대한 물음이며 그 물음이 제시되는 것이 바로 논제이다.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서의 이렇게 개별화된 질문 유형은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과정 중심의 평가를 하기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이다. 문항을 개별화하여 사고를 파편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비판에 비해 장점이 훨씬 많다. 즉, 사고 과정을 분절화하여 과정을 제시하게 함으로써 다면적인 평가가 가능해졌다. 나아가 논술고사 평가의 객관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대입논술고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어온 것이 평가와 관련된 것임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가장 부합하는 현실적인 평가의 방식을 찾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논제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까?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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