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로 출장을 갔다가 대구로 들어오는 길은 대체로 칙칙하다. 대구의 상징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북대구로 진입할 때 사장교인 와룡대교의 작은 삼각형 두 개가 금호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 크나 큰 볼거리다. 그러나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확장 공사를 하는 바람에 플랫폼은 두 사람이 마주 다니지 못할 정도로 좁다. 자칫 철로로 사람이 떨어질까 연방 경고등이 울려댄다. 대구에 처음 오는 사람은 먼저 불안감부터 느낀다.
더 좋은 시설이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에 다소 불편한 것을 참으며 출구로 나온다. 야간이라면 출구는 상당히 어둡다. 택시를 타기 위해 승강장을 찾지만 그곳에서는 좌회전이 안 된다. 상당수 승객들은 횡단보도를 건너 택시를 잡는다. 그곳은 정해진 승강장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뒤따르는 차량과 손님을 태우겠다는 택시가 뒤엉켜 교통은 엉망이 된다. 억지로 택시를 잡았지만 요금 결제는 현금밖에 안 된다. 카드로 결제해 온 수도권 손님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것이 과연 전국 3대 도시인가, '질서 없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것이 외지인의 첫 인상이다.
그러면 대구시민 입장에서 보자. 동대구로(路)는 대구에서 가장 아름답고 시원한 도로이다. 그러나 가장 멋져야 할 동대구역 진입로는 완전 병목이다. 편도 3차로에 2개 차로는 택시와 대중교통 전용이다. 그러니 일반 차량은 갑자기 좁아진 1차로로 진입하려고 곡예 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접촉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동대구역 앞에서 귀한 손님을 픽업하겠다거나, 가실 때 입구까지 모셔다 주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빙빙 돌아 더 불편을 끼치기 때문이다. 250만 '메트로시티' 최대 관문의 현주소가 이렇다.
대구시는 엊그제 노후화된 동대구역 고가 교량을 개체 및 확장한다고 밝혔다. KTX 전면 개통과 더불어 동대구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교통 환승 체계 구축과 역세권 개발 촉진을 위해서라고 한다. 동대구역 고가교는 1969년 건설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안전 등급이 낮아 3.5t 이상 차량 통행은 제한되고 있겠는가.
그러나 3차로를 4차로로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사회 기반시설은 대도시 규모에 걸맞게 그 가치와 위엄을 지녀야 한다. 외지인들이 보는 대구의 '첫 인상'은 어떠할까, 조마조마하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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