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 등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되는데도 현 정부의 조정 능력은 낙제 수준이다.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추진 의지나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마저 받고 있다. 게다가 각종 선거를 핑계로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정책 결정의 시기를 놓치는 탓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7년 정부에서 먼저 제기한 신공항 문제는 그해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확정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2008년 대구를 방문,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는 말을 남겨 신공항 문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임기가 4년째 접어든 지금까지도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두 차례 신공항과 관련한 용역조사 결과발표를 연기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다시 올 3월 말까지 결론을 내겠다고 공언을 했다. 7일 국토해양부는 3월 말 발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하기는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이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경북과 울산·경남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주장하는 밀양과 부산의 가덕도 안(案)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입지선정 자체를 또다시 무기 연기하거나 김해공항 확장 방안까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어 다시 한 번 신공항 건설이라는 지역의 염원을 무산시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7일 영남권 4개 시도의회의 밀양신공항유치 특위 관계자들이 국회에 올라가 기자회견을 갖고 "또다시 신공할 입지 선정을 연기하면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했다. 조해진 국회의원(경남 밀양)도 "3월 말로 약속한 입지 선정을 다시 미루거나 김해공항 확장 안을 슬며시 들고나오는 것은 1천300만 주민들의 열망을 짓밟는 일이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는 또다시 정부가 정책 결정을 미루려는 것에 대해 쐐기를 박자는 의미다. 배영식 국회의원(대구 중·남)도 "정부가 국민에 대해 여러 차례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이 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빚어지고 또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현 정부가 정책적 현안을 너무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추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효 경북도의회 의장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지역 간 갈등이 증폭됐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끄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결정의 지연과 번복이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의 한 관계자도 "정책적인 문제인 만큼 경제논리 등 실질적인 측면을 면밀하게 검토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과 같은 갈등은 없었을 것이고, 한나라당으로서도 내년 선거 걱정을 덜 수 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내년 선거를 걱정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이는 양상을 보이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이왕 어느 한쪽에서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을 선거 전에 무리해서 결론내리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정책 추진 능력이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둘러싸고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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