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부방 문닫을 판, 청소년들 어떡해…

정부 지원예산 전액삭감 운영비 감당못해…지역아동센터 일찍 닫아 이용 어려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폐쇄 안내문이 내걸린 대구 동구의 한 청소년공부방.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정부의 지원 중단으로 폐쇄 안내문이 내걸린 대구 동구의 한 청소년공부방.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정부가 올해부터 청소년공부방(이하 공부방)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지역 공부방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에 편입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부터 국비 지원금을 전액 삭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대구는 공부방 18곳 중 7곳, 경북은 29곳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국비 대신 해당 기초단체의 지원으로 어렵게 운영 중인 공부방도 조만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대구는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2억5천만원, 경북은 국비 2억3천만원을 지원했다.

◆칼바람 맞은 공부방

대구 북구에 있는 '대현2동 공부방'도 예산 삭감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해 국·시비와 구비를 합쳐 2천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부터 국·시비 1천만원이 삭감돼 현재 구비 1천만원만 확보한 상태다. 책상 49석이 있는 이곳은 조손, 편부, 편모가정의 청소년들이 활용해 왔고, 소규모지만 도서 대출까지 해 왔다.

경북대 학생 20여 명이 돌아가면서 자원봉사도 해 왔다. 하지만 운영비 1천만원으로는 전기료, 기름값, 간식비 등을 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부방을 관리하는 김하나(27·여) 씨는 "공부방은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과 학습 및 인성교육을 하는 쉼터였는데 추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년째 공부방을 이용하는 김기현(17) 군은 "편하게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쉼터였는데 이런 곳이 사라진다면 방과 후에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평일 30여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수성4가 청소년 공부방'도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국·시비 1천4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전액 삭감됐다. 공부방 관계자는 "지난달 난방용 유류비와 아이들 간식은 외상으로 해결했다"며 "관리자들도 지난해 12월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5곳의 공부방을 운영했던 전석복지재단은 1월 3곳을 폐지했고, 현재 '월성육영학사'와 '신당동 공부방' 2곳만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천, 경산, 울진, 군위 등지의 공부방이 최근 문을 닫았고, 일부 시·군은 자체 예산으로 공부방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지만 국비 지원 없이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책은 있나

정부는 지역아동센터가 공부방 역할을 맡도록 했지만 일찍 문을 닫는 탓에 청소년들이 방과 후에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초자치단체가 공부방을 지원토록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7곳의 공부방에 각각 1천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칠곡군 관계자는 "군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고, 대구 동구청 관계자는 "올해 구청에서 책정한 지원금이 공부방당 300만~350만원에 불과해 구청 재정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 방침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공부방 폐쇄에 따른 여론 악화로 여성가족부 차원에서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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