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 옛날이여…토종 대표기업이 사라진다

매출 상위기업도 섬유 건설 유통서 車부품으로

대구 경제를 대표할 '토종 기업'이 사라지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섬유, 건설, 유통 업체들이 경쟁력 약화로 점차 무너지면서 지역내 매출 상위 기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자동차 부품 등 특정 제조업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 경제계 인사들은 "금융위기와 수도권 업체 등의 지역 공략으로 지역 기업을 대표해 온 토종 기업 상당수가 자취를 감추었다"며 "외형이 증가한 지역 업체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업체로 지역 경제력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대표 기업은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대구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린 기업은 대구은행(2조8천814억원)이다.

매출 7천242억원(2009년 기준)으로 한국델파이가 그 뒤를 이었고 압출 압연 전문기업인 ㈜엠비성산이 3위(6천612억원)에 랭크됐다. 한해 7천10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역 대표 기업인 ㈜화성산업은 지난해 유통 부문(4천300억원)을 매각하면서 3위에서 9위로 내려앉았다.

대구은행은 고용부문에서도 상시종업원 수가 2천827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한국델파이(1천965명)는 매출에 이어 고용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고용 3위 기업은 매출 6위인 ㈜에스엘(1천155명)이 차지했다.(표 참조)

특이한 점은 대구 매출 상위 10개 기업 중 4개 업체가 자동차 부품회사라는 것. IMF전만 하더라도 10대 기업에는 기계·자동차부품 이외에도 건설(우방, 청구, 태왕, 영남건설), 유통(화성산업, 대구백화점) 등 다양한 업종이 포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운영하는 기업정보 사이트 '코참비즈' 분석 결과, 국내 1천대 기업에 속한 대구 19개 기업 중 11개가 자동차 부품 업체가 차지할 정도로 지역 경제는 자동차 부품업체로 편향돼 있다.

주가에서도 대구 산업의 지각변동은 여실히 드러난다. 자동차 부품주를 중심으로 상당수는 상승 랠리에 동참해 약진을 거듭했지만 화성산업 등 전통적으로 지역을 대표해 온 종목들은 오히려 답보상태에 머물거나 하락했다.

◆토종 기업 몰락

지역을 기반으로 한 토종 기업 상당수가 사라지면서 대구 경제력도 전체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국내 1천대 기업 중 대구 업체가 2002년 23개에서 2009년에는 19개로 감소한 것.

대구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80년대 이후 지역을 대표했던 청구, 우방 등 전국구 건설 업체와 동국무역과 갑을그룹 등 섬유업체가 무너진 이후 전국적 규모를 가진 대구의 리딩기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분야에서도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가 잇따라 상륙하면서 향토기업은 힘을 잃고 있다. 2002년 전국 매출순위 257위까지 올랐던 대구백화점은 2009년 아예 1천대 기업안에 들지도 못했고 동아백화점은 지난 5월 이랜드그룹에 매각돼 향토 기업이란 타이틀을 내줬다.

반면, 자동차 부품 산업의 외형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리딩 그룹으로서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외형은 키웠지만 원청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종이호랑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A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수익성을 위해 부품 가격을 얼마로 둬야 할지를 놓고 항상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며 "안 그래도 눈에 불을 켜고 좀 더 낮은 가격으로 흥정하는 판에 감투나 대외 활동은 납품 단가 하락 등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역대 회장을 살펴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 20대 회장을 거치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 대표가 회장직을 맡은 전례가 한 차례도 없다. 그만큼 대기업을 의식해야 하는 등 지역 경제에 공헌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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