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졸업식은 있어도 입학식은 없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두 달이 지나면 한두 명씩 식구가 늘어납니다. 다른 학교에서 퇴학 위기에 놓여 있거나 학교생활에 적응 못해 학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위탁받기 때문입니다."
안동 가톨릭상지대학 부설 위탁대안학교인 '나섬학교'는 요즘 신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캠프 준비로 바쁘다. 학부모 연수회를 통해 공교육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로 내몰린 아이들이 새롭게 일어설 수 있도록 가정에서의 관심과 배려를 고민하도록 하는 것.
안동시 율세동 가톨릭상지대학 평생교육원 3층에 2005년 둥지를 틀고 이듬해 3월 1명의 위탁 학생으로 출발한 나섬학교는 이제 20여 명의 꿈이 영글어 가는 행복하고 특별한 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
'나섬학교'는 나눔과 섬김의 준말로 '나 스스로 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10여 명의 선생님과 강사들이 학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돕고 있는 대안 학교다.
이곳에는 졸업식은 있어도 입학식은 없다. 일선 학교에서 사랑받지 못해서 울다가 지친 아이들이 이 학교로 온다. 세상과 문을 닫고 자기 안으로 깊이 숨으려는 학생도 있고 잠시도 집중하지 못하고 서성대는 아이도 있다. 수시로 씩씩거리며 화풀이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런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 학생들에게 획일적 수업으로 주입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학생들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적성을 찾아내고 관심 분야에 대해 사랑으로 가르치고 도와준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7일 열린 5회 졸업식에는 6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꿈을 밝히는 감동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폭력을 일삼다 퇴학 당한 후 이 학교를 찾아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은 황영호(가명·18·의성) 군은 취업했다. 이 때문에 영호에게 전달된 졸업장에는 '밝게 웃고 꾸준히 노력하여 씩씩한 사장이 돼라'고 적혀 있었다.
만화가가 꿈이어서 만화학과에 진학하는 박진수(가명·17·안동) 군에게는 '꿈과 사랑을 키울 수 있는 만화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적힌 졸업장이 전달됐다.
이처럼 이 학교는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1, 2시간의 정규수업과 함께 미술·연극대화·농사체험 등 대안 교과에 대한 수업을 통해 건강하고 밝은 정서를 형성해 준다.
신효원 나섬학교 교장은 "나섬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무언가 부족함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이다. 우리는 이 아이들의 소질과 꿈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대안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꿈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신 교장은 올해부터 통학이 불가능한 먼거리 학생을 위한 기숙사 마련을 위한 후원과 대안 교과목 수업에 필요한 재능 있는 봉사자들을 모으기 위한 '재능나눔 후원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후원 문의 054)857-9177.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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