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책 읽고 쉴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8일 오후 대구 달서구 송현동 '생명의 강' 교회. 관계자 20여 명이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장애인을 위한 '행복장애인도서쉼터' 개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뜬 모습도 잠시였고 도환별(52·여) 목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쉼터가 들어서려던 건물의 주인이 계약을 파기해 도서관 문을 여는 것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어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도서관 개소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당초 생명의 강 교회와 영성장애인복지협회가 함께 추진한 '행복장애인도서쉼터'는 이날 개소식을 갖고 달서구 송현동 한 주택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소를 하루 앞두고 건물주의 반대로 장애인들의 꿈이 물거품이 됐다.
도 목사는 "7일 계약을 하러 갔더니 건물주가 '행복장애인도서쉼터'라고 적힌 현판을 보고 '장애인' 시설이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현판에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빼겠으니 문을 열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건물주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미 개소식에 초대한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바람에 예정대로 개소식을 열었지만 행사 내내 침통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이날 한 참석자는 "모든 사람들이 장애를 입을 수 있는데도 여전히 장애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행복장애인도서쉼터 신충식(지체장애 1급) 센터장은 "장애인들이 조용히 책 읽고 쉬는 곳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건물값이 떨어질 것 같아 이를 반대한다는데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는 한학순(60·여) 씨는 "장애인이 소음이나 유해물질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장애인이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꺼리는 '편견'이 문제다. 장애인에 대한 시민 의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도서쉼터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다른 장소를 물색해 도서쉼터 문을 꼭 열고 싶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같은 이유로 거절할까 두려움만 앞선다"고 걱정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