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감독한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오랫동안 음란하고 불온한 영화의 대명사가 돼왔다.
1972년 12월 15일 파리에서 최초로 공개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상영금지됐다가 1987년 해금됐고, 한국에서는 24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명배우 말론 브랜도가 알몸으로 연기했고, 당시 20세의 마리아 슈나이더도 체모를 드러내는 노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40년 전이란 시간대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영화였다. 한국에서 '서울 탱고' 등 이 영화의 명성(?)에 편승한 에로물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사디스트적인 섹스 등이 화제가 되었지만 이 영화는 고독과 절망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가 자살했다. 욕실 바닥과 벽을 피로 적시며 죽어갔다. 남편이 아는 것은 아내가 위층에 세 들어 사는 마르셀이란 남자에게 자신과 똑같은 파자마, 똑같은 술, 똑같은 육체를 제공하며 살았다는 것뿐이다. 남편은 파리를 방황하다 빈 아파트에서 젊은 여인을 만난다.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둘은 정사를 나눈다. 상처받은 야수의 화급한 섹스. 아무 말도 없이 헤어진다. 섹스는 어떻게든 견뎌야 하는 절대고독의 한 표현이다.
마리아 슈나이더는 자유를 갈구하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앳된 20대 여인 역으로 나와 세인의 기억에 각인됐다. 한 남자와 일탈을 즐기지만 결국 "난 저 사람 몰라. 날 쫓아와 겁탈하려 했어. 그는 미쳤어. 나는 그 사람 이름도 모르는 걸. 그가 누군지 몰라. 그가 누군지 몰라…."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마리아 슈나이더가 이달 3일 사망했다. 소속사와 가족에 따르면 이날 파리에서 지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한다.
대히트 작은 배우에게 영광이기도 하지만, 불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이미지가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특히 섹스 이미지는 더하다.
슈나이더는 이후 누드 영화 출연을 거부하는 등 섹스 심벌의 이미지를 떨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평생 동안 2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만큼 성공한 작품이 없었고, 결국 그 이미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말론 브란도가 지난 2004년 7월 1일 사망했고, 슈나이더까지 사망하면서 외로움과 처연함의 극치를 보여준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의 두 배우가 모두 우리 곁을 떠났다. 특히 말론 브란도와 달리 평생 잔느 역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던 슈나이더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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