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감상 초심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은 보컬 재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비중이 높은 재즈에서 보컬은 그리 주목받지 못한다. 초창기부터 비밥 시대까지 보컬은 다른 악기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파트로 인식된다. 다른 악기에 부여된 즉흥성과 유연성을 목소리로 표현하는 구실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재즈를 처음 들으려는 사람에게 어떤 재즈 평론가도 선뜻 연주음악을 권하지는 않는다. 연주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즈와 친해질 수 있도록 추천하는 음악은 보컬재즈가 제격인데 흔히 말하는 3대 여성보컬리스트 '사라 본''엘라 피츠제랄드' '빌리 홀리데이'를 권한다.
세 사람은 각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라 본은 로맨틱하고 풍부한 음색 면에서 최고이며, 엘라 피츠제랄드는 재즈 보컬의 교과서라고 할 만큼 정교하고 화려한 테크닉을 지니고 있다. 빌리 홀리데이는 재즈의 기교에 있어서 두 사람에 비견할 바 아니지만 인기에 있어서는 최고다. 블루스의 색채가 강한 빌리 홀리데이의 음색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대중들에게 재즈의 이미지로까지 인식된다.
파란만장한 빌리 홀리데이의 일생은 어머니가 그녀를 잉태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백인 집안의 하녀였던 어머니는 14살에 빌리를 임신하고 주인집에서 쫓겨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빌리는 친척집에 맡겨져 하녀와 다름없는 시절을 보낸다. 10살 때 백인남자에게 폭행을 당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빌리를 불량 소녀로 몰아 감화원에 보내버린다. 이후 거리를 전전하며 불우하기 짝이 없는 시절을 보낸 빌리는 뉴욕 할렘에 있는 '포즈와 제리'라는 클럽을 찾게 된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거짓말로 무용수에 지원한 것이다. 당연히 거짓말이 들통나지만 운이 좋게 가수 오디션을 보게 된다. 노래를 부른 경험이라고는 신세를 한탄하며 혼자 흐느끼던 것이 전부였던 빌리였지만, 그날의 무대는 빌리의 인생을 바꾸게 된다. 오히려 비탄의 목소리가 관객과 악단을 감동시킨 것이다.
그녀의 별명 '레이디데이'는 불우한 삶을 이겨내고 재즈계의 숙녀가 된 것에 대한 찬사이다. 항상 머리에 치자꽃을 꽂고 무대에 올랐던 그녀는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드디어 그녀에게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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