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뮤지컬 공연장에 가면 'OO은행의 날' 'OO백화점의 날', 'OO대학교의 날' 등을 지정해 특정기업이나 학교가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날은 기업이나 학교가 특정한 날의 뮤지컬 공연 1회차분 전석을 구매해 고객들과 함께 뮤지컬 관람 행사를 하는 날이다. 대개 자신들의 고객들을 무료로 초대하거나 기업이 입장료의 일부를 부담하고 높은 할인율로 재판매하는 행사로 기업들이 뮤지컬을 문화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문화 마케팅은 관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크게 '마케팅을 위한 문화'(culture for marketing)와 '문화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가 기업이 문화지원이나 문화경영 등을 통해 문화를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라면 문화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후자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문화마케팅은 최근 들어 기업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그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협찬이나 후원 형태로 기업의 일방적 지원에 그치던 방식에서 이제 문화를 실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partnership)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기업, 소비자, 문화예술계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제품의 특'장점을 홍보하던 산업화 시대의 제품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성 마케팅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여러 문화콘텐츠 가운데서도 뮤지컬이 문화마케팅의 도구로 각광받는 이유는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이 폭넓은 계층으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좋은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중적이면서도 화려한 무대와 의상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뮤지컬은 고객들을 위한 고급 마케팅의 수단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매우 우수한 전략적 도구로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뮤지컬 공연에 초대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공연의 이미지가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캣츠' 대구공연의 기업행사 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문화후원 기업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90% 이상이 '호감이 간다'라고 답했으며, 그 기업 제품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도 85%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초청 행사에 대한 만족도와 향후 문화공연 참여의향도 각각 9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뮤지컬을 활용한 문화마케팅은 기업 뿐 아니라 제작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선 판매에 의한 안정된 수익구조는 물론이고 뮤지컬 관람 후의 입소문 마케팅에도 일조를 해서 일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마케팅 전략에 있어 기업 단체 판매는 일반 판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협찬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 기업이 일정 금액의 협찬을 할 경우 그에 대한 보상으로 TV나 신문광고, 인쇄물 등에 회사의 로고를 노출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무대 세트에 협찬사의 로고를 삽입하는 PPL(product placement) 광고 형태나 공연장 로비에 홍보부스를 차리는 등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 더 나아가 뮤지컬 공연과 마케팅을 직접 접목시켜 각종 광고에 뮤지컬 공연 장면을 삽입하거나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 때 뮤지컬 하이라이트 공연을 보여주는 코마케팅(co-marketing)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모 전자회사는 태양의 서커스 '퀴담'의 공연장면을 광고에 노출하면서 공연 제목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모 자동차 회사의 신차 발표회에서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이 공연되기도 했다.
문화의 시대에 문화 마케팅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코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은 올바른 기업 마인드를, 문화계는 올바른 감성코드를 가지고 동등한 위치에서 폭넓은 이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때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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