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어르신들께 세배하는 한국 설 명절 감동"

치마 저고리 입고 노인요양시설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

"저희들은 타향이라 외롭고 할머니들은 나이드시고 편찮으셔서 외로우시고···. 어쩌면 우린 이렇게 통하네요."

"맞데이 맞아. 아이고 이쁘기도 하제. 한복이 우째 이리 잘 맞노. 이런 명절 날 멀리서 온 손님들이 찾아주니 너무 기쁘고 고맙구먼."

외국인 근로자들이 설 명절을 맞아 노인요양시설 여래원(대구시 남구 이천동)을 찾아 명절이라 찾는 이 없어 더 외로운 할머니들께 세배를 올리고 위안 행사를 가지며 훈훈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이방인들이 들어서자 요양원 할머니들은 반갑게 맞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맞잡은 손으로 전해지는 정과 서로를 바라보는 따스한 눈길만은 하나였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스리랑카 외국인 근로자 랑카(남·33) 씨는 "한국에 온지 5년이 됐는데 한복은 처음 입어 봤다"며 "한복을 입으니 기분이 너무 흐뭇하고 할머니를 보니 고향에 계신 가족을 보는 것 같아 기회가 되면 자주 찾아뵐 것"이라며 할머니 손을 꼬옥 잡았다.

남편을 따라 대구에 온 스리랑카인 수자니(여·28) 씨는 "한국의 새해 설날에 선물을 들고 어른을 찾아가서 인사하는 풍습이 서로를 이어주는 것 같아 본받고 싶다"며 "명절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니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이날 그렇게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도 푸근하게 누그러져 따스한 햇살로 이방인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날 행사는 외국인 근로자 쉼터 '대구 보현의 집'이 마련한 설날 위안행사의 하나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밖에 한복 입기, 강정 만들기, 사물놀이, 제기차기, 세배하기 등 다양한 명절 문화를 체험했다.

글·사진 이철순 시민기자 bubryun@hanmail.net

멘토: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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