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섬유 잡아먹는 대기업…태광산업 제직기 증설 논란

태광산업㈜ 경주공장…"힘들때 섬유 접고 호황기엔 인력 빼가"

"재벌 기업이 돈 좀 된다고 공장을 증설하면 지역 중소 업체들은 다시 궁지로 내몰리게 됩니다."

태광산업㈜ 경주공장 제직기 증설에 대한(본지 2010년 12월 3일자 13면, 12월 7일자 14면 보도) 지역 섬유업계의 반발이 숙지지 않고 있다.

경주공장에 워터제트(WJL) 직기 600대와 연사기 300대를 돌린다면 영세 제직업체들의 경영난은 물론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 유출이 불가피한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은 "태광의 제직기 증설 규모라면 연간 1만7천200t 원사 소요를 유발, 원사가격 급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며 "태광산업의 진출만으로도 향후 3년간 설비투자 계획이 있는 지역 제직업체들이 섬유사업 포기라는 극단적 결정에 도달할 가능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태광산업이 대구경북의 주력 생산품인 '로브' '아바야' 등을 생산해 중동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불안감은 섬유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한 해 1억5천 야드(3억달러) 안팎을 생산하는 지역 수출량이 반으로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 대규모 직기증설과 대량생산은 ▷판매단가 및 부가가치 저하 ▷원사의 수급 불균형 유발 ▷원사가 인상 ▷생산 기능인력 이탈과 기업 간 임금 불균형 확대 등으로 이어져 영세 제직업체들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것

중소기업은 안중에도 없는 대기업 자본 논리도 지역 섬유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구 섬유인들은 '어려울 때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섬유를 지켜왔는데 대기업이 돈 몇 푼 더 벌자고 중소 업체를 사지로 내모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제직업체 관계자는 "태광은 힘들 때는 섬유를 접었다가 섬유경기가 호황을 맞자 부랴부랴 인력을 불러들이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장을 지켜온 중소업체의 노력을 빼앗는 처사"라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IMF 전 섬유경기가 호경기일 때 구미(유덕물산)와 경주공장에 직기 2천여 대를 가동하다가 IMF 이후 섬유경기가 추락하자 모두 매각처분하고 경주공장 직기 398대만 돌렸다.

또 2002년 4월에는 경주공장을 ㈜TK글로벌로 교묘하게 분사시켜 직물사업을 유지해 오다 2006년 섬유경기가 다시 회복기에 들자 지난해 5월 ㈜TK글로벌을 다시 흡수했고 사명도 태광산업㈜ 경주공장으로 바꿨다.

이의열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은 "태광산업은 섬유산업을 지켜온 지역 업체들과는 달리 적자 등의 이유로 혼자 살겠다고 교묘한 방법으로 회사를 나누고 직기를 1대도 가동하지 않다가 섬유경기가 좀 살아난다 싶으니 대자본 경영논리를 앞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태광산업은 2009년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태광그룹의 한 계열사며 태광그룹은 석유화학 및 케이블TV 1위 회사인 티브로드를 중심으로 계열사 52개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40위 그룹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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