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오페라가 수입된 지 60년을 지나며 우리 창작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본 고장의 오랜 역사에 비하면 일천한 것이지만 성장세는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단연코 눈부신 것은 성악가들이다.
오랜 전통의 오페라 나라들이 하향길에 접어든 것과 달리 우리의 도약은 멈출 줄을 모른다. 지난해 최고의 극장 중의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우리 성악가 두 사람이 나란히 주역 가수를 맡음으로써 오래전의 홍혜경, 신영옥, 조수미의 영광을 잇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 바그너 가수로 각광받았던 연광철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파르지팔'을 공연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성악가들의 화려한 영광과 달리 왜 우리 창작은 성악가들에 견줄 만한 탁월한 작품을 내놓지 못할까.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이 활짝 열렸고 경쟁력을 확보한 시점이어서 마음이 점점 다급해진다. 매년 창작 몇 편씩을 꾸준히 올리고는 있지만 작품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윤이상 선생의 작품들이 알려졌다고는 하지만 대중성이 없어 기념비적인 성격은 있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제는 창작 오페라의 해묵은 과제들을 풀어야 할 것 같다. 오페라 초기에는 기술력이 부족했다 하겠지만 이제는 작곡가의 능력을 잘 뒷받침하면 작품이 나올 때가 되었다고 본다. 과연 작곡가에게 얼마나 심도 있는 투자와 대우를 하고 있는가도 문제다. '전업 오페라 작곡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한 작곡가는 오페라 악보 1장에 사보비에도 못 미치는 1만 원이 안 되는 참담한 현실을 개탄했다. 세계적인 작품에 대한 기대와 현실이 너무 다른 것이다.
그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창작을 살리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오페라를 만들려면 적어도 사전 지식과 체험 등 충분한 내공을 쌓아야 하고 많은 경험이 주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성악 테크닉이고 아울러 극음악,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능숙한 기술 등 총체적 능력이 필요하다. 얼마나 사전 준비를 하고 작품을 쓰는가도 자문해 볼 일이다.
사실 가난한 작곡가가 매번 티켓을 사서 공연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객석이 만석이 되는 경우란 흔치 않기 때문에 예비 오페라 작곡가를 선정해 극장이 배려한다면 그 값을 언젠가 극장이 되돌려받게 될 것이다. 장기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던 서울시오페라단의 '연서'에 대한 평가회가 있었다. 18억 원을 들인 창작 오페라 최고의 예산집행에 비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해 고작 60점 수준이어서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문제점들은 다른 창작의 현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째가 소재 선택과 대본의 문제. 둘째 작곡가 선정의 적정성, 그리고 연출 및 무대, 의상, 성급한 제작기간이 지적되었다.
난감한 것은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의 극단적인 의견도 있었다. 기본 틀이 잘못되어 투자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매몰비용이 되고 만다. 무대에 오르기 전 갈라콘서트 형식으로라도 점검했더라면 이런 난망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인데 무대에서 악보를 외우는 상황이었다면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절차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이것부터 풀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이 '맘 창작'을 통해 첫 단추부터 잘 꿰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방향이 좋아 보인다.
과연 베르디, 푸치니는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 세계명작을 낳았을까. 그 비밀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안목 있게 작곡가를 발굴하고, 충분하게 대접하면서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국제 경쟁력이 높아질 시기도 당겨질 것이다. 늦은 때가 빠른 때다.
탁계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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