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키요?…취미이자, 가족애 다지는 '묘약'이죠!

대구의 '스키가족' 이환기 씨네

대구에서
대구에서 '스키 가족'으로 소문난 이환기 씨 가족. 왼쪽부터 이 씨와 아들 재준 군, 큰딸 하은, 작은 딸 은솔 양, 아내 차정미 씨. 대구시스키협회 제공

스키가 일상생활이 된 가족이 있다. 아내와 딸 둘, 아들 하나를 둔 가장 이환기(46) 씨는 대구 성산고 체육교사로 대구시스키협회 전무이사를 맡고 있다. 경북대에서 체육교육을 전공한 이 씨가 스키에 매료돼 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후 스키협회 일을 하면서 가족들은 자연스레 스키를 접하게 됐고, 아이들이 스키 선수로 활동하면서 지금은 스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씨가 8년째 스키협회 전무이사로 일하면서 겨울 한철을 거의 스키장에서 보내게 됐고, 아내와 아이들도 이 씨를 따라다니면서 스키장에서 살게 된 것이다.

이 씨의 부인 차정미(43) 씨는 대구 스키의 살림을 맡고 있는 남편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스키 마니아가 됐다. 대구가톨릭대학에서 남편과 마찬가지로 체육교육을 전공한 차 씨는 초등학교에서 스포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영호남 스키대회 여자 중년부에서 우승하는 등 수준급의 스키 실력을 자랑한다.

이 씨의 두 딸과 아들은 대구를 대표하는 스키 선수다. 이들 삼 남매는 지난달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대구협회장배와 교육감배에서 나란히 우승하며 금메달 두 개씩을 목에 걸었다.

큰딸 하은 양은 대진고 2학년으로 초교 2학년 때부터 현재까지 대구 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대구대회뿐만 아니라 영호남 스키대회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고, 중2 때는 한일 청소년 스키 교류전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했다. 겨울 시즌 공부와 스키를 병행하다 보니 힘이 들지만, 공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스키로 풀고 있다. 하은 양은 학교성적도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해 이 씨 부부를 흐뭇하게 하고 있다.

대진중 1학년인 작은딸 은솔 양은 초교 1학년 때 스키를 배웠다. 그동안 대구 대표로 활동하며 스키를 열심히 탄 덕분인지 키가 168㎝까지 자랐다. 큰 키를 자랑하는 은솔 양은 이달 2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한일 청소년 스키 교류전에 우리나라 중학교 대표로 참가한다.

막내 재준 군은 대진초교 4학년으로 스키 선수를 양성하는 무주 레이싱 팀에 소속돼 있다. 그는 겨울방학 후 시작된 레이싱 팀 훈련에 참가,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씨 부부는 아침 일찍 알람에 맞춰 일어나 식사를 하고, 혼자 장비를 챙기는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지만, 이런 활동이 앞으로의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재준 군은 스키 유망주로 이 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 씨는 아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우리나라가 유치에 나선 2018년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스키 선수로 활동한 삼 남매는 지금까지 60여 개의 메달을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첫째가 30개, 둘째가 21개, 셋째가 11개의 메달을 확보하고 있다.

이 씨 가족은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전북 무주와 강원 평창 등의 스키장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에는 15~18일 강원도 평창 등에서 열리는 제92회 전국동계체전에 대비, 용평리조트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 겨울은 결실의 시기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가족 모두 겨울을 기다리지요.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우리는 봄부터 스키와 함께합니다. 선수에게 필요한 면세스키를 구입하는 것으로 봄을 열고, 여름과 가을에는 수영 등의 운동으로 체력 훈련을 합니다."

이 씨는 "스키는 우리 가족의 공동 취미생활이자, 가족애를 다지는 도구"라며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된 후에는 3대에 걸친 스키 가족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차 씨는 "온 가족이 스키를 즐기는 관계로 돈이 많이 들어 힘들 때도 있지만 스키를 통해 우리 가족은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겨울을 활기차게 보내다 보니 1년 내내 온 가족이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다.

차 씨는 또 "겨울철에 스키장에 머무는 날이 많아 집을 자주 비워 다른 집보다 난방비가 월등히 적게 나온다"며 "이웃들이 스키장을 가는 우리를 보고 이사 간다고 놀리기도 한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실제 이 씨 가족은 스키장에 갈 때마다 스키 7대(회전스키와 대회전스키 포함)와 스키부츠 가방 5개, 개인 짐 가방 5개를 차에 실어 나른다.

이 씨는 스키의 장점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스키는 여러 사람과 어울려 하는 운동이라 사회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 스스로 모든 생활을 책임져야 하므로 독립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시합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도 갖게 됩니다."

이 씨는 "스키 저변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이런 장점 덕분에 스키를 배우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올해 동계체전에서 삼 남매를 비롯한 대구 스키 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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