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이창은(47) 씨는 신천에서 자녀 3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북구 쪽으로 내달렸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꽃내음을 맡으며 내달리다 잔디밭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북구 공항교 쪽으로 가자 갈색이 가시지 않은 억새와 갈대가 가족을 반겼고, 북구 팔달교와 노곡교 사이의 섬인 하중도에 들러 생태숲을 구경하고 4시간여 뒤 귀가했다.
국제도시는 대부분 도심이나 주변에 아름다운 강을 한두 개씩 끼고 있고 강을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대구는 주변 낙동강, 도시를 감싸고 있는 금호강, 도심을 지나는 샛강 25개를 지녀 '강의 도시'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때마침 정부가 주도하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금호강 사업, 대구시와 각 구'군이 시행하는 샛강 사업이 2013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2년 뒤면 대구의 수변공간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3개 사업이 끝나면 대구 도심은 강물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흐르는 또 다른 수상 도시가 될 수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김요한 박사는 "금호강에 산재한 자산을 활용하고 가치를 발견해 수변공간 개발은 물론 낙동강, 샛강을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생태공간을 만들어 도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도심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금호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구를 깨우는 낙동강'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대구 구간인 달성보와 강정보 건설은 지난 1월 말 현재 공정률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2천200여억원이 투입된 이 공사는 6월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달성보와 강정보 20.4㎞ 구간, 강정보와 칠곡보 25.2㎞ 구간은 퇴적토를 준설한 뒤 용수 1조6천300만㎥를 확보한다. 이렇게 되면 갈수기에도 물이 넘치는 강으로 변모하게 되고, 생태습지가 조성되는 구지(우곡교 우안), 현풍(박석진교 좌안), 논공(박석진교 하류 우안)에는 온갖 수생식물과 생물이 서식할 수 있게 된다. 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도록 낙동강, 금호강, 샛강에는 자전거도로 121.7㎞가 조성된다.
이와 함께 달성 화원유원지에서 현풍 대니산 20㎞ 구간에는 폭 100m 크기로 '그린 슈퍼벨트'가 조성된다. 이곳에는 자전거도로, 마라톤코스, 녹지벨트 등 문화레저 공간과 완충 수림대를 꾸며 다양한 수목을 식재하고 생태시설을 만든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달성습지에는 대규모 생태 탐방공간이 조성된다. 시는 2016년까지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 사업을 위해 올해 기본계획 수립과 실시설계에 들어가 270여억원을 들여 달성습지 4만3천100㎡에 탐방시설과 관찰 데크를 설치하고 습지생태박물관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대구시 조영성 낙동강살리기추진단장은 "각종 습지 조성과 탐방나루 조성, 공간정비를 통해 대구 주변의 수변공간이 대구를 대표하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강은 어떻게 변할까
작년 10월 생태하천조성사업 기공식을 가진 금호강은 내년 말이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 사업은 대구와 경산의 경계에서 낙동강 합류지점인 달성 화원까지 41.4㎞ 구간에 국비 2천195억원을 투입,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수질개선 및 수량확보를 위한 준설은 물론이고 가동보 설치, 경관 보도교 건설, 보행자 전용다리'자전거도로'산책로 등이 대대적으로 조성된다.
또 동촌유원지와 하중도 등 강변 19개 지구별로 특색 있는 친수공간이 탄생한다. 건립 40년이 지난 동촌구름다리는 동촌 보도교를 건설해 금호강의 새로운 명물로 변모시킨다.
북구 팔달교 밑의 하중도(河中島'강안의 섬)는 300억원을 투입, 비닐하우스 경작지를 숲생태 테마공원으로 바꿔 시민의 쉼터이자 전국에서 주목받는 생태탐방지로 탄생한다.
이와 함께 낙동강 합류부에서 화랑교까지 30㎞ 구간은 하상 퇴적물을 준설하며, 수변 경관 향상과 레포츠장 활용을 위해 콘크리트 보인 무태보와 동촌보를 공기압식 고무보로 개체한다. 이를 통해 가창댐(총 저수량 900만㎥)보다 많은 1천100만㎥의 수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동촌유원지와 달서천 합류점 구간까지 왕복 40㎞는 백리길 조깅 코스가 만들어져 시민들의 운동'레포츠장으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보도교 등은 오는 8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고 나머지 사업은 내년 상반기 중에 마무리한다는 것이 대구시의 구상이다.
대구경북연구원 남광현 녹색환경연구센터 연구원은 "금호강 사업이 완료되면 수질개선과 수자원공급 효과를 넘어 다양한 자연환경과 생태 하천 조성으로 도시민들에게 큰 생태계 서비스 혜택을 가져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골칫덩이 '샛강'도 시민품으로
지류천 개발사업의 하나로 현재 개발용역 중인 신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5, 6월쯤 공사가 시작된다. 이 사업은 신천 상동교~금호강 합류점 간 8.7㎞를 잇는 곳에 산책로와 자전거 길을 조성하고, 생태계 복원사업으로 곳곳에 수변 식생대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신천 동'서안을 연결하는 2개의 징검다리가 건설되고 신천의 콘크리트 보를 자연형 보로 교체한다.
대구시는 2013년까지 2천500여억원을 들여 신천을 비롯한 8개 하천 정비와 대명천을 비록한 3개 하천에 대해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대상은 동화천(1.7㎞)과 불로천(3.5㎞) 팔거천(8.1㎞) 범어천(1.96㎞) 욱수천(3㎞) 등 주거지와 가까운 하천이 대부분이다.
시의 도심하천 개발 계획은 녹수공간 조성이 핵심. 콘크리트 제방과 보를 제거하고 모래와 자갈을 깔아 수생식물이 자랄 수 있게 하고, 둔치에는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 체육시설을 갖춘다.
대구 중구와 서구를 관통하는 달서천(3.6㎞, 달성공원~평리교~금호강 합류지점)은 호안(비탈면)에 식생 블록을 설치하고 제방 및 둔치에는 불법 텃밭을 정리해 자전거 길, 산책로, 체육시설, 분수대 등을 만든다.
대명동~서부정류장을 가로질러 성서산단으로 흐르는 대명천도 장기동 무지개공원에서 월성배수펌프장까지 3.8㎞ 구간에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이뤄진다. 낙동강 물을 끌어와 하루 2만5천t의 낙동강물을 주택가와 공단에 흐르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달서구와 달성군에 걸쳐 흐르는 진천천도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이 진행중이다. 제방둑을 높이고, 둔치와 하천 폭을 넓게 확보하고 둔치 일대에는 징검다리를 설치하며 벚나무'느티나무를 식재해 생태공원을 만든다는 것.
조영성 낙동강 살리기사업추진단장은 "최근 들어 강과 하천 정책이 치수중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친수공간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도심하천을 시민 휴식공간은 물론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복원사업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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