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세계육상 손님맞이 이상없나] 있으나마나 한 민간개방화장실

찾기도 힘들지만 들어가면 '힐끔 힐끔'

대구시 수성구 수성3가의 한 개방화장실 안내 간판. 대구시가 곳곳에 개방화장실을 지정했지만 이곳처럼 안내 간판이 높게 설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아예 없는 곳도 많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시 수성구 수성3가의 한 개방화장실 안내 간판. 대구시가 곳곳에 개방화장실을 지정했지만 이곳처럼 안내 간판이 높게 설치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아예 없는 곳도 많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화장실을 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11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박모(32) 씨는 갑자기 볼일이 급해 인근의 음식점 화장실로 황급히 뛰어들었다. 박 씨는 화장실을 사용한 뒤에야 이곳이 오는 8월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대구 중구청이 지정한 '개방화장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 씨는 "개방화장실임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도 없고, 가게 점원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고 했다.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마라톤코스 인근 음식점 등의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찾기 힘든 개방화장실=대구의 개방화장실은 마라톤 코스 주변으로 중구·수성구의 공공기관, 학교, 병원, 주유소, 음식점 등 145곳에 이른다. 취재진이 공공기관을 제외한 민간 개방화장실 57곳(중구 30, 수성구 27)을 일일이 확인해 보니 절반이 넘는 31곳에 안내표지판이 없었다.

수성구의 경우 27곳 중 21곳에 안내표지판이 있었지만 중구는 30곳 중 80%가 넘는 25곳에 표지판이 없었다. 그나마 설치된 표지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모범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수성구 대형음식점 6곳의 경우 주차장 안쪽까지 들어가야 겨우 안내표지판이 보였고, 조경수에 가려 보이지 않거나 건물 뒤편에 붙인 표지판도 여럿 있었다.

◆몰려있거나, 아예 없거나=개방화장실은 한 곳에 몰려 있거나 마라톤 코스와 지나치게 멀어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컸다. 민간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57곳 중 25곳이 마라톤코스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수성구 범어동 한 개방화장실의 경우 상호를 알고 있는데도 마라톤코스에서 10여 분이나 헤맨 뒤에야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중구의 경우 개방화장실이 한 지역에 집중돼 있어 문제가 많았다. 중구 동인동 찜갈비 골목의 경우 반경 200m 안의 식당 9곳이 개방화장실로 지정돼 있어 중구 전체 개방화장실 30곳 중 30%가 이곳에 몰려있는 셈이다. 반면 중앙네거리에는 마라톤코스에서 1㎞나 떨어진 곳에 개방화장실이 달랑 하나 있었다.

◆이대로는 안된다=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전후한 8, 9월에 마라톤코스를 중심으로 민간 개방화장실을 더 확대·지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지정 이후 세심한 관리와 업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구 동인동 한 식당 업주는 "늦은 밤 노숙인이 개방화장실에 들어와 잠을 자거나 젊은 남녀가 낯 뜨거운 일을 벌이기도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 없이 지정만 확대한다면 업주들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평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안내표지판 부착을 꺼리는 업주들을 고려해 가게 안에 표시를 하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개방화장실을 대상으로 1천만원을 들여 화장지나 비누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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