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딸아이가 희망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학교에 잘 다녀준 게 너무 고맙지예."
"걷지도 못하는 저의 손발이 되어 매일 등·하교 시켜준 엄마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특수학교인 대구보건학교 초등부 교육과정을 마친 뇌성마비 김경주(13) 양은 17일 있을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경주 양이 지각이나 조퇴도 한번 하지 않아 '6년 개근상'을 받기 때문이다.
경주 양의 '개근상'은 자신의 강한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딸아이의 휠체어를 밀어 등·하교시킨 엄마 금영혜(47) 씨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 양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졌다.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경주 양은 처음엔 입으로 우유도 제대로 못 먹어 출생 후 한 달 동안은 주삿바늘로 영양 공급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병원 진단 결과 뇌성마비인 1급 뇌병변장애였다.
"엄마로서 너무나 큰 죄를 지은 것 같았어요. 우리 아이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주지 못해서 말입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엄마는 딸아이가 특수학교에 입학하던 날 마음속 깊이 결심했다. 몸이 성하지 못한 아이를 반듯하게 키우고 평생 동반자로 살겠다는 다짐이었다. 학원강사 생활을 했던 엄마는 시간 제약이 있지만 대구 서구 비산동 집에서 남구 대명동 대구보건학교까지 6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딸아이를 등·하교시켰다. 4학년 때까지는 점심을 학교에 가 직접 먹였다.
"작년 봄 딸아이를 태우고 등교하는 어느 날이었어요. 도로에 밤새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어요. 차들이 지나간 흔적이 거의 없는 도로에 둘이 예쁜 흔적을 남겼어요. 딸아이가 차창 밖의 하얀 세상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기뻤어요."
딸아이도 엄마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한 듯 학교 생활에 충실했다.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소화했다. 어눌한 손놀림이었지만 종이접기, 컴퓨터, 악기다루기에 소질을 보였다.
엄마는 지금도 딸아이가 만든 복주머니나 사진액자, 개구리온도계를 볼 때면 마음이 찡하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딸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도 자주 해요. 낙동강 물길 탐방도 다니고 문화기행도 하고요. 심지어 둘레길 산행도 한답니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 딸아이를 엄마도 밀고 아빠도 밀고 언니도 밀고 하다 보면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엄마는 경주 양이 자라면서 염려를 많이 했지만 성격도 밝아지고 주관도 뚜렷해 걱정을 많이 덜었다.
"우리 딸아이는 신체적으로 건강체질인가 봐요. 감기가 걸려도 2, 3일이면 저절로 나아요. 물리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끔 가지만 몸이 아파 병원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경주 양은 글쓰는 재주가 뛰어나다. 5학년부터 여성부 홈페이지 평등어린이세상 명예기자 활동을 해 온 경주 양은 거의 매일 글을 올려 작년 연말 최우수 기자상을 받았고, 4학년 때는 환경실천연합 주최 환경사랑작품 공모전에서 대상인 국토해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주 양은 동시집이나 그림 잡지 읽기를 좋아한다. 엄마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경주 양의 꿈은 작가다.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넘어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우리 집은 경주 때문에 항상 웃음보가 터져요. 말은 어눌해도 애교를 많이 떨거든요. 또 한글도 다 배웠다며 남동생한테 글을 가르쳐줘 참 기특해요."
엄마는 딸아이가 졸업하면 중학교도 일반학교 대신 특수학교에 보낼 작정이다. 딸아이가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어울려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힘이 닿는 데까지 딸아이와 함께하겠습니다."
모녀에게 신체장애는 '장애'가 아니라 행복과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는 '징검다리'이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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