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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車 빠지고… 밤새 빙판길, 시민들 곤욕

눈이 내린 14일 오전 제설작업 차량이 대구 달구벌대로를 달리며 염화칼슘을 살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눈이 내린 14일 오전 제설작업 차량이 대구 달구벌대로를 달리며 염화칼슘을 살포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가 14일 17년 만에 2월 적설량 최고치를 기록하고, 밤새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면서 도로 곳곳이 얼어붙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주요 간선도로는 눈이 대부분 녹았지만 주택가 이면도로의 경우 눈이 방치돼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15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 골목. 한 60대 남성이 얼어붙은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등산화를 신고 지팡이까지 들었지만 휘청거리며 위태롭게 걸었다. 같은 시각 북구 침산동 북구청 인근 이면도로도 쌓인 눈이 그대로 방치돼 얼어붙어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주택가를 빠져나온 한 60대 남성은 "집 앞에서 이미 한 번 넘어졌다"며 "너무 미끄러워서 노인들은 걷기가 힘들다"고 불평했다.

남구 봉덕동 봉천지구대 인근 주택가 이면도로도 사정은 마찬가지. 특히 빌라와 원룸이 밀집한 주택가는 그늘진 곳이 많아 눈들이 고스란히 얼음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골목에 주차된 차량들은 가장자리로 치워둔 눈에 파묻혀 있을 정도. 개인택시 기사 정영진(56) 씨는 골목길 빙판에 차가 미끄러져 30분 넘게 애를 먹었다. 차에 시동을 건 뒤 출발하려다 미끄러지면서 눈이 수북이 쌓인 배수구에 바퀴가 빠져버렸다. 배수구 주변의 눈을 치우고 얼어붙은 빙판을 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제설작업을 나온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일을 나갈 수 있었다. 정 씨는 "간신히 차를 빼내긴 했지만 얼어붙은 길 때문에 운전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빙판길 낙상 사고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인도에는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전날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은 탓이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14일 하루 동안 신고 접수된 빙판길 낙상 사고는 40여 건에 이른다. 직장인 송운영(33·서구 평리동) 씨는 "오늘은 미끄러운 길을 감안해 구두 대신 등산화를 신었다"며 "차도 회사 근처에 두고 왔고, 길도 미끄러워서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고 했다.

빙판길 교통 사고도 잇따랐다. 15일 오전 4시 30분쯤 달서구 두류동 두류공원에서 N(58) 씨가 몰던 택시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L(40) 씨의 승용차와 충돌했다. 앞서 오전 4시쯤에는 수성구 황금동 이면도로에서 K(42) 씨가 몰던 승용차가 미끄러지며 주차돼 있던 P(35) 씨의 1t 화물차를 들이받기도 했다.

전날 폭설에 이어 이날 도로 곳곳이 빙판길로 변하면서 지하철 이용객도 이틀째 평소보다 크게 늘어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폭설이 내린 14일 지하철 이용객은 46만896명으로 평소보다 11만여 명이 늘었다. 15일 오전 9시까지 지하철을 이용한 승객 역시 7만4천297명으로 지난주 화요일보다 1만2천365명이 증가했다.

사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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