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0일 오후 대구시립중앙도서관 지하 1층 시청각실. 어두운 조명 아래 40여 명이 영화를 시청하고 있었다. 잠시 후 뒷문으로 덥수룩한 수염에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가 시청각실을 이리저리 다니자 자리에 앉아 있던 남녀 한 쌍이 일어나 멀찌감치 자리를 옮겼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수가 낡은 점퍼에 때 묻은 바지 행색이었다.
시청각실 직원은 "노숙자들이 악취를 풍기며 시청각실을 들락날락하면 영화 상영 중에 관람객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노숙자를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 노숙자들이 많이 찾아 이용자들과 관리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추위를 피하려는 노숙자들이 비교적 출입이 쉬운 공공도서관을 '애용'하면서 악취를 풍기거나 음주를 하고, 소란을 피우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얼굴을 파묻은 채 잠자는 노숙자를 쉽게 볼수 있고 일부 노숙자는 술에 취한 채 열람실 안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가끔 눈에 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중앙도서관은 하루 평균 3천400명이 이용하고 있지만 대구도시철도 대구역과 반월당역 등 노숙자의 근거지가 가까워 추위를 피하려는 노숙자들의 쉼터로 변하고 있다.
도서관 측은 자유롭게 개방된 공공도서관에서 노숙자만 출입을 막을 수도 없어 고민 중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매일 10~30명의 노숙자가 도서관을 찾는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데다 따뜻한 도서관 내부에 자판기 커피값도 싸고 열람실에서 맘껏 잠잘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숙자 여부를 구분하기 어렵고, 노숙자를 쫓아내려고 몸싸움을 벌였다간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답답해 했다.
자격증 준비로 매일 도서관을 찾는다는 이은화(41·여) 씨는 "가끔 복도에서 큰소리를 내며 난동을 부리는 노숙자를 목격하곤 했다"며 "공부와 독서를 하려는 시민들이 노숙자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근 지구대 경찰관은 "노숙자가 난동을 피우거나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면 바로 출동해 처리하고 있지만 노숙자들은 출동 당시에만 말을 들을 뿐, 곧바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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