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독도, 또 다른 도발

2008년 9월 11일 오전 10시경. 독도 어업인숙소에 살고 있는 김성도 이장의 부인 김신열 여사는 낯선 전화 한 통을 받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 '웬 ×이' 전화를 걸어와서 느닷없이 과거 독도 해녀들이 술 팔고 남자들 술시중 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김 여사가 어디냐고 물으니 어눌한 말로 일본의 대학교수라고 했다고 한다.

"미친 ×, 여기 술시중 들 남자가 어디 있다고…."

그 이후 전화는 수차례 더 왔고 분을 삭이지 못한 김 여사는 전화코드를 뽑아버렸다.

일제강점기 때 시마네현의 나카이 요사부로(中井養三郞)라는 어업자는 다케시마어업합자회사를 만들고, 1900년 고종황제가 칙령41호로 대한제국의 영토로 선포한 독도에 무단으로 들어와 강치(독도 물개)잡이를 했다. 나카이가 1903년부터 본격적으로 독도에서 강치잡이에 나서 1904년 한 해에 2천750마리를 잡는 바람에 독도강치의 씨가 말랐다.

사실 오늘날 독도문제도 이 나카이란 자의 농간이 단초가 되었다. 나카이는 독도에서 강치잡이 어업권을 독점하기 위해, 1904년 러일전쟁 중 일본 수뇌부를 움직여 독도를 일본땅으로 무단 편입도록 했다. 그리고는 일제강점기까지 독도에 무단 월경하여 어로행위를 자행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잡지 '사이포'는 2006년 5월호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강치잡이 업자들이 데려간 제주 해녀들은 '낮에는 전복 따고 밤에는 술시중을 들었다'고 적고 있다.(본지 16일자 5면 보도) 일제강점기 때 삼천리강토가 일제 손아귀 안에서 유린당하던 시절 몇몇 해녀와 어부에 대한 강압이나 착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당시 '해녀들의 술시중' 운운하며 떠드는 저의가 심상하지 않다.

2008년 일본인들이 김신열 여사에게 파상적 전화공세를 취한 것을 볼 때, 일제강점기 때 독도에서 무단어로행위를 근거로 '독도 지배권'을 주장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자 하는 잔꾀를 부리는 것이다. 이 같은 일본의 행위는 제주 해녀에 대한 모독이며, 독도에 대한 또다른 생활사적 역사왜곡이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무단행위를 부각시켜 '영토'와 관련한 수작을 그만둘 것을 경고한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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