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능 변별력 약화는 더 큰 혼란만 부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수능시험을 최대한 쉽게 내겠다고 발표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던 지난해보다 영역별 만점자를 10배까지 늘려 전체 수험생의 1% 선으로 잡았다. 이 안은 EBS 강의와 연계해 있다. 이 강의를 들으면 성적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는 수능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EBS 강의를 활성화해 그동안의 지향 목표인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방향착오다. 그동안 정부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대학을 압박, 입학사정관제와 수시 전형을 강화했다. 특목고 입시를 개편하고, 학원 수강 시간 제한이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성공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틈새를 노린 사교육 시장은 더욱 활개를 쳤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정보가 부족한 지방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쉬운 수능 시험 출제 정책은 잘못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악수를 두는 것과 같다. 영역별 만점자 1% 선은 7천 명 정도다. 최상위권 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입학정원이 1만여 명으로 봤을 때 단순 산술계산을 하면 이들 대학 상위과는 언수외뿐 아니라 탐구 영역까지 만점을 받아도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온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이는 곧 변별력 확보를 명분으로 한 대학의 논술, 면접 고사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잘못한 정책은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쓰면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그동안의 강압적이고 작위적인 사교육 줄이기 정책은 대학의 내신 무력화에 따른 공교육 해체, 맞춤 사교육의 활성화를 불렀다. 수능시험을 무력화하는 이번 발표는 대학 본 고사 부활이라는 더 큰 악재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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