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0시 12분 울진군 읍내 도로. 도무지 126㎝의 폭설이 내린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가까운 포항 등 50㎝의 눈에 도시기능이 마비된 곳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력이 붙은 듯했다.
공은식(47) 씨는 굴삭기에서 내리면서 "울진 만큼 재해에 강한 도시는 없다. 산불, 폭설, 국도변 가꾸기만큼은 울진을 따라올 도시가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울진군은 최근 126㎝의 살인적인 폭설피해를 입었지만 공무원들이 새벽까지 제설작업에 나서고 군인들이 하루종일 골목길을 누비며 눈을 치우고, 군민들 역시 집앞 제설에 나서면서 도심이 평상의 모습을 빠르게 찾아가고 있다.
삽날을 달아 제설차로 변신하는 청소차, 트랙터, 포터 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울진군이 운용해 온 제설장비다. 울진군은 굴삭기, 트럭 등으로 구성된 100여 개의 제설작업 팀을 새벽까지 지역 곳곳에 투입하며 진입로를 확보하고 있다. 또 마을 단위마다 제설구간을 지정해 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울진군의 경계를 넘어본 운전자들이 먼저 알았다. 폭설이 쏟아진 12일과 추가로 쏟아진 14일 당일을 제외하고는 울진군을 지나는 주요통행로는 문제없이 소통 가능했다. 주요 시가지 역시 하루를 넘기지 않고 제설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거대한 스펀지를 거리에 내놓은 듯 눈은 하루가 다르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광대 울진군 홍보담당은 "예상치 못할 정도로 폭설이 쏟아지다 보니 고립된 마을도 있고 재산피해도 생겼다. 하지만 군에서 만들어 놓은 매뉴얼과 오랫동안 폭설과 싸우며 익힌 노하우로 이번 살인적인 눈폭탄에도 울진군이 지혜롭게 이겨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600여 명의 울진군 공무원들이 지역 곳곳에 투입되고, 주민들은 면 단위로 팀을 짜 제설작업에 힘을 보태면서 폭설과 관련한 피해복구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
임광원 울진군수는 "현재까지 5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고, 앞으로 추가 피해도 우려되지만 울진의 모든 사람들이 재해복구에 나서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며"이번 폭설로 인해 아픔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울진군민들의 단합된 힘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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