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직장 단골집] (46) 대구 달서구 두류2동 주민센터 앞산 신(辛)물회

겨울에는 속을 데워주는 뜨끈한 국물음식이 당긴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다르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에도 살얼음이 살짝 낀 물회를 별미로 친다. 물회 마니아들은 물회 잘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 나선다. 별다른 조건이 없다. 다만, 입맛에 맞는 물회 한 그릇 즐기자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물회는 거의 모든 생선을 재료로 하면서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자리돔, 전복과 해삼, 오징어, 도다리, 광어 등 저마다 특징이 있다. 식성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물을 찰박하게 부어서 비벼 먹기도 하고, 물을 흥건하게 부어 휘휘 저어 훌훌 마시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대구시 달서구 두류2동 주민센터 이상희(52) 동장과 직원들은 회식 때 가끔 달서구 송현동 '앞산 신 물회'를 찾는다. 이 동장은 "바닷가까지 가지 않고서도 신선한 물회의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이라고 추천한다. 생선과 채소 그리고 달콤새콤한 양념 육수가 잘 어우러진 물회 한 그릇을 뚝딱 하고 나면 하루 동안 행복할 수 있다.

물회는 일이 바쁜 어부들이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 회를 막 썰어 고추장을 푼 물에 말아 후루룩 마시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서민들이 즐기던 음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누구나 즐기는 인기음식의 반열에 올랐다. 물회의 맛은 얼핏 보면 다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음식점마다 특징이 있다.

앞산 승마장 맞은편에 있는 '앞산 신(辛) 물회'. 자연산 회 전문집 '회타령'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앞산순환도로 옆에 있어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 동장은 "물회를 맛있게 먹으려면 회와 채소를 어느 정도 건져 먹은 다음, 국수나 밥을 말아 먹으며 은근한 맛을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다리는 순간, 신(辛) 물회가 등장했다. 커다란 그릇에 오이와 무채, 양파, 배추, 배 등 각종 채소 위에 도다리가 숨어 있다. 일단 푸짐한 양이 맘에 든다. 주홍색 양념 소스는 슬슬 얼어 있어 슬러시 모양이다. 채소와 회가 조합된 그릇 한쪽에 물회 소스를 부어 잘 저어 맛을 본다. 달콤하고 신선한 냄새와 시원한 국물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휘 감는다. 싱싱한 생선과 양념 밴 채소가 함께 입안에서 살근살근 씹히는 감촉이 좋다. 도다리 회의 쫄깃함과 신선한 채소 맛이 어우러져 살살 녹는다. "맵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지만, 양념 맛이 강하지 않고 담백하고 개운하다. 시원함이 가슴속까지 따라내려가는 짜릿함은 덤이다.

두류2동 주민센터 류영철(34) 행정주무관은 "속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이 맛 때문에 겨울에도 물회를 즐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생선회 마니아인 손성호(46) 사회복지 주무관도 "부드러운 육질에다 적당하게 섞인 양념 소스가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 같다"고 평한다.

물회 맛에 빠져 정신없이 먹다가 국수사리 한점을 턱 넣어 비벼서 후루룩 맛을 본다. 절묘하다. 속이 얼얼해지는데도 젓가락은 멈출 수 없다. 적당한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미 손은 물회 밥을 만들고 있다.

앞산 신 물회 김필연(49) 사장은 감포 출신이다. 바닷가 출신이라 횟감을 보는 눈은 박사다. 싱싱한 재료를 준비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삼천포 등으로 가기도 한다. 주방장이 있지만, 김 사장은 직접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맛좋은 물회를 만드는 비법에 대해 질문하자 곧장 "좋은 재료"라고 단언한다. 그는 물회의 맛을 좌우하는 양념장을 맛있게 만들기 위해 주방 한쪽에서 직접 고추장을 담근다. 이뿐 아니다. 고향에서 평생 새우젓을 만들어온 부친에게서 간수를 뺀 소금을 가져와 사용한다. 철저한 장인정신이 깃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산 물회는 1만원이다. 참가자미 물회는 1만2천원, 도다리'해삼'전복 물회는 각 1만5천원이다. 전복과 해삼, 멍게, 개불과 회를 넣은 '해물 모듬 물회'는 2만원. 회는 참가자미, 도다리, 참돔 등 4만(소)~6만원(대), 자연산 잡어회는 5만~7만원, 도다리 광어, 우럭 등 일반 회는 3만~5만원이다. 예약은 053)653-0533.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메뉴-대구탕

'앞산 신 물회'는 이미 대구탕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물회 전문으로 전환하기 전, 15년 동안 '왕대구 쌈밥 집'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필연(49) 사장의 대구탕 솜씨는 대구탕 마니아들에게 이미 검증받은 터다. 이로 인해 물회와 대구탕을 함께 즐기는 손님들이 많다.

큼지막한 놋그릇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생대구탕은 구수한 맛을 풍긴다. 냉동이 아닌 생물로 끓여내는 대구지리라 더욱 진한 맛이다. 촉촉하고 신선한 대구살은 결코 냉동한 대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재료가 신선하고 좋아서 은근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특히 재료인 무의 맛이 좋아야 한다는 것. 무는 썰지 않고 칼로 엇비스듬히 '삐져서' 넣어야 하는 것도 맛과 연결된다. 자연산 회를 즐긴 후 싱싱한 대구에다 대파와 달콤한 무, 곤과 간이 적절하게 조화된 대구탕으로 식사하면, 한 끼의 식사로는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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