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니하오 통신] (15) 농민공 밴드 '쉬르양깡'(旭日陽剛)

"몇 년 전 봄을 기억하는가, 나는 머리 깎지 않은 장발이었지. 신용카드도, 애인도, 24시간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그래도 나는 기뻤지, 비록 너덜너덜한 기타 한 대 뿐이었지만. 거리에서, 다리 아래서, 들판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를 불렀지. 만약 내가 의지할 곳이 없는 날이 오면 그 시간 속에 머물고 싶어라. 만약 홀연히 떠나는 날이 오면 그 때의 봄날 속으로 나를 묻어 주오…."

요즘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농민공 출신 밴드 '쉬르양깡'(旭日陽剛)의 춘톈리(春天里'봄날)란 노래이다. 고달픈 농민공의 삶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13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쉬르양깡'은 농민공 출신 유랑가수 왕쉬(王旭'44)와 리우깡(劉剛'29)이 결성한 밴드이다. 왕쉬는 허난성(河南省) 출신으로 2000년부터 베이징에서 농민공으로 일했다. 한 달에 600위안(약 10만8천원)의 임대료로 빌린 8㎡ 남짓한 방에서 기거하며 주말이 되면 기타를 메고 지하철역에서 노래를 불렀다.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출신의 리우깡은 일찍이 병역을 마친 뒤 2003년부터 음악에 뜻을 갖고 6년여 동안 유랑가수로 활동했다. 이 두 유랑가수는 우연한 기회에 만나 막역한 친구가 되었으며, 리우깡은 왕쉬를 '따꺼'(大哥'큰 형님)라 부른다. 현재 이 밴드는 따꺼인 왕쉬가 약재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의 노래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베이징 및 칭하이(靑海) 등 방송국에서는 이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이 제의에 대해 리우깡은 "우리는 스타가 되려고 한 것도,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니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거리에서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돈을 번다면 육영사업에 모두 기부할 것이다. 우리는 음악에 대단한 소양을 가진 게 아니다. 이제껏 자신을 포장해본 적이 없으며 단지 음악이 좋아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것을 불렀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0년 중국 네티즌을 감동시킨 인물'로 선정됐다. 이 밴드의 노래가 왜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렸을까. 노래가 듣기 좋고 기억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대중을 사로잡는 잡초 같은 흡인력 때문이다. 이들과 같은 동병상련을 겪는 민초들은 어릴 때 친구와 뛰놀던 고향을 떠올리고 도시로 들어와서는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는 애환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심천에서 농민공으로 오전 7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일했으며 한 달에 겨우 하루 쉬었다. 일거리가 없을 땐 도시락도 사먹을 돈이 없었으며 명절이 돼도 열차표를 살 돈이 없어 숙소에서 술을 마시며 울었다"는 등 구구절절한 네티즌의 댓글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네티즌의 폭발적 관심으로 '쉬르양깡'의 '춘톈리'는 지난해 11월 8만명을 수용하는 상하이체육관에서 거행된 로큰롤연주회에 당당히 주역으로 무대 위에 섰으며,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의 '성광대도'(星光大道)란 노래 프로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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