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Mother Nature 어머니의 탄생

세라 블래퍼 허디 / 사이언스 북스

"오스트레일리아 오지의 불안정한 비에 적응된 캥거루는 서로 다른 나이의 영아에게 급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모유 체계를 진화시켰다. 캥거루는 한 개의 젖꼭지에서 저지방의 '성장식'을 만들어 주머니 안에 보호된 자그마한 새끼 캥거루에게 먹이며, 어미 옆에서 뛰어 다니다가 이따금 마실 것을 찾아 어미에게 돌아오는 나이 많은 새끼에게는 고지방의 '활동식'을 만들어 먹인다."

"포유류 어미가 새끼를 핥는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위생상의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새끼를 핥음으로써 새끼가 노출된 것과 동일한 병원균에 노출되어 그에 딱 맞는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서이다. 이로써 어미는 생후 상당기간 새끼에게 면역 체계를 전달해줄 수 있게 된다."

"포유류 암컷들이 모성 본능을 지니게 하는 유전자는 10만개 이상의 유전자 중 포스B라는 이름의 단 한 개의 유전자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실험 결과, 포스B 유전자가 없는 생쥐들은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새끼들 대부분이 분만 후 하루 내지 이틀 만에 추위와 굶주림 때문에 죽어 버렸다. 어미의 보살핌이 없었던 것이다."

세라 블래퍼 허디의 'Mother Nature 어머니의 탄생'을 읽었다. 래드칼리프 칼리지에서 인류학을 공부한 저자는 1968년, 인류학자 어빈 드보어의 학부 수업을 수강하던 중 인도의 랑구르원숭이가 보이는 기괴한 행동에 흥미를 느낀다. 이후 그는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영장류 사회 생물학을 공부하고, 인도 아부에서 수컷 랑구르원숭이의 영아 살해 행동을 관찰, 분석한 결과로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전까지 학계에서는 원숭이들의 영아 살해가 스트레스 상태에 놓인 동물이 무작위적으로 벌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랑구르 새끼들이 낯선 어른 수컷들에게만 공격을 받으며, 아비일 가능성이 있는 수컷들로부터는 전혀 공격을 받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수컷이 선임자의 새끼를 제거해서 어미가 새끼를 잃지 않은 경우보다 더 빨리 다시 배란하게 만들 목적으로 영아 살해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는 원숭이의 영아 살해가 동물의 번식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적응적 행동임을 밝힌 것으로 학계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저자는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마존 저지대와 아프리카 등지의 부족 집단 및 현대 도시 사회, 사회성 곤충과 포유류, 영장류 등 방대한 인류학, 생물학 자료들을 바탕으로 모성과 여성/암컷의 본성을 재검토한 결과물로서 1999년에 'Mother Nature 어머니의 탄생'을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집과 번식 횟수, 개체수를 조절하는 자연계의 수많은 동물들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일용할 양식으로 내어 주는 어미 거미처럼 자식을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꺼이 희생하는 '전적인 헌신'과 동일시되어 온 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세 아이를 기르는 어머니로서, 여성에게 배타적인 과학자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이러한 의문에 답을 얻고자 지구상에 존재했으며, 존재하고 있는 모든 어머니이자 여성들의 삶을 분석한다.

저자가 다양한 문화권의 인류 집단과 동물 사회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낸 현실의 어머니는 생계와 양육을 동시에 수행하며 그 사이에서 자원의 배분을 놓고 타협하고, 아버지의 투자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성을 교란하고 분할하며, 양육을 돕는 대행어미를 두는 등 여러 정치적 목표를 손에 쥐고 곡예를 하는 전략가이다. 고정관념과 성 차별적인 편견을 반영한 신화들을 모조리 걷어 내고 양성 모두를 포함한 확장된 진화 패러다임으로 인간 사회를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어머니들의 참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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