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겨울 이겨낸 이 놈들이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대도시 근교 농군 여환진씨

경부선철도와 신부산고속도로가 가로지르고 금호강물이 흐르는 곳으로 고모역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삼각형 모양의 팔현마을은 40여 가구가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도심 속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3대째 농사를 짓고 있는 여환진(64) 씨. 그는 연일 맹추위 속에서도 농한기를 잊은 채 과일나무 전지작업에 이어 미나리 하우스를 관리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 씨는 포도, 사과, 자두, 복숭아 등 과수 뿐 아니라 벼농사와 조경수인 느티나무, 하우스 미나리 재배를 포함해 3만3천여㎡의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이것저것 복합영농을 하면 일단 미덥죠. 한 가지 농사만 하면 몸도 편하고 여유도 생기지만 농사란 것이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여러 종류를 짓다보니 365일 바쁘고 힘도 들지요."

올해 설날에 맞추어 수확을 목표로 처음 재배한 1900여㎡의 밭 미나리는 유난히 추운 날씨 때문에 보름정도 늦게 출하될 예정이라는 것. 그는 하우스에서 물 관리와 온도 측정 등 미나리를 자식처럼 세심하게 보살피고 있다.

12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는 사과, 포도, 복숭아, 자두나무 전지작업과 함께 퇴비를 주기위해 부직포를 걷는 등 일손이 가장 바쁜 시기다.

2m 전후 간격으로 심어진 포도나무는 냉해를 대비해 1차 전지를 하고 새순이 나오는 3월에는 2차 전지를 해야 한다. 여 씨는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수확하는 캠벨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데 대기오염과 병충해를 줄이기 위해 비가림 재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6천600㎡의 사과밭은 도시민들이 농심을 이해하고 가족단위의 여가선용을 제공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사과체험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분양을 받은 도시민들이 직접 적화(꽃 솎기), 적과(과일 솎기), 봉지 씌우기, 수확 등에 참여해 친환경 저농약으로 재배되며 수확량은 모두 분양주에게 돌아간다. 올해도 3월 하순을 전후해 도시민들에게 직접 분양할 예정이다.

"농사를 많이 지으면 수입도 많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농자재비와 비싼 농기계 구입비를 갚으면 손에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빚 안지면 다행입니다."

그도 이제 나이가 들어 기력이 떨어지고 일손 구하기가 힘들어 비싼 농기계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저가의 농기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일부가 지원되지만 트랙터, 굴삭기 등 비싼 농기계는 지원이 거의 없어 농사 짓는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농사도 줄여가겠지만 나 혼자서는 힘들어요. 집사람이 나보다 일 더 많이 합니다.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말로 표현은 못해도 늘 고맙기만하죠"

한국농촌지도자연합회 수성지회장을 맡고 있는 여 씨는 동네 대소사까지 내일처럼 처리하는 등 마을에서 부지런하기로 소문나 있다.

영하의 날씨에도 전지가위와 톱을 챙겨 사과밭으로 향하는 여 씨. 여 씨가 사과 밭에서 흘린 땀방울은 다가올 따뜻한 봄에 풍성한 과일로 보답하리라 생각된다.

글·사진 권오섭 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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