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전통과 혁신 그리고 통합정신

나라가 망하던 무렵 경북인들이 벌인 독립운동사에는 두 가지 성향의 큰 흐름이 있었다. 전통성과 혁신성이다. 전통성을 고수하는 척사유림의 논리에서 의병이 나왔으며,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자정순국이다.

그러나 계몽운동을 펼쳐나간 유림에게서는 혁신성을 확인할 수 있다. 혁신유림이 성리학적인 도(道)에서 근대의 민족과 민주의 개념으로 주된 관점을 바꾸어 나간 것이다. 정당정치와 민주사회를 향한 역사적인 선택이요 혁명적인 발걸음이었다.

척사유림과 혁신유림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노선의 갈등이 있었고 심지어 충돌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막상 나라를 잃게 되자 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고, 그 대표적인 결과가 바로 경북인 중심으로 결성된 광복회 조직이다.

3·1운동은 이 같은 전통과 혁신이 이념과 방략으로 통합을 이룬 역사적 발전이었으며, 새로 나타난 기독교까지 이념과 종교의 벽을 넘어 민족문제에 동참한 거사였다.

척사유림에서 혁신유림이 등장했듯이 3·1운동 후 사회주의가 들어오자 유림의 후예들은 이를 수용해 대중운동을 이끌면서 민족문제에 대응하고 나섰다. 경북인의 혁신성과 진보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념의 분화로 에너지가 분산되자 다시 이를 통합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는데, 이것이 신간회 활동이고 여기서도 경북인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사회주의가 독립운동 전체에 유입되면서 분화가 일어났지만 경북인들이 활약하는 곳에서는 갈등이 적었다. 전통과 보수, 혁신과 진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틀을 다시 하나로 묶어가는 경북인의 자랑스런 통합정신 덕분이었다.

김희곤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안동대 교수·사학과)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