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뿌리산업, 신3D산업으로 거듭 나려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사소한 가속페달 스프링 하나 때문에 세계 1등 신화를 위협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열처리 불량으로 CNG버스의 가스통이 폭발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였고, 1· 2단 분리볼트의 제조공정상의 결함 가능성으로 나로호의 2차 발사에 실패하여 온 국민이 아쉬워했다. 비단 이러한 일들이 제조공정상의 기술적 결함만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관련 부품들이 보다 신뢰성 높게 제조되었더라면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자재를 소재나 부품으로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주조, 금형, 열처리, 소성가공, 표면처리, 용접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초공정산업을 '뿌리산업'이라 한다. 뿌리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고용의 11.8%, 생산액 세계 10위, 수출 93억달러(08년)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근간이다.

나무에 맛있는 열매가 풍성하게 열리기 위해서는 양분을 공급하는 뿌리가 튼튼해야 하듯, 제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가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한다. 위의 일부 사례처럼 뿌리산업의 양분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기업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재산·인명피해를 야기하고,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우주· 항공 및 로봇과 같은 최첨단기술도 산업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자동차 1대를 만드는 데 6대 뿌리산업의 관련 비중이 부품수 기준으로는 90%(2만2천500개), 무게기준으로는 86%(1.35t)이다. 선박의 경우 1대당 용접관련 비용이 전체 선박건조 비용의 35%를 차지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 선박제품에 있어서 뿌리산업이 제품의 품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작년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의 700억달러를 기록하여 전체 산업 흑자의 66% 이상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근저에는 부품· 소재에 생명을 불어 넣는 일등공신이면서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뿌리산업의 핵심양분 공급에 기인한 결과로 분석된다. 관련기업의 95.8%가 중소기업인 뿌리산업은 후방산업인 대기업의 소재산업과 전방산업인 대기업의 완제품산업의 중간에 위치하여 이들 산업을 연결하는 매개산업으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과 상생의 핵심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57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주관하여 권역별로 중점 육성할 뿌리산업 분야와 R&D 지원계획을 발표하였다. 또한 삼성전자 이건희 명예회장은 신년하례회에서 대기업과 중소 뿌리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였고, 김범일 대구시장은 2011년 신년사에서 IT융합산업 발전을 위해 금형, 열처리 등 뿌리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구경북의 선도산업인 에너지 및 의료기기, 로봇 등은 융복합산업이 뿌리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뿌리산업 기술의 확보 여부가 선도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i태양전지의 셀효율은 Si단결정 육성(주조), 다결정 Si결정립제어(열처리), 반사방지막 코팅(표면처리)에 의존하고, 초소형· 초정밀 부품이 많은 의료기기는 초소형 부품의 성형(소성가공), 고강도화(열처리) 및 생체적합성(표면처리)이 핵심기술이고, 로봇의 핵심부품인 각종 센서, 액추에이터(구동메커니즘, 감속기 등) 및 SoC(두뇌 역할)의 제조에는 초정밀 가공, 고정도의 분말야금, 고도의 열처리와 표면처리가 핵심기술이다.

모노쯔꾸리(좋은 제품 만들기 정신)로 대표되는 일본을 비롯한 스위스,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생명선은 모든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에 있음을 인식하고 뿌리산업의 기술확보와 중요 기술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범지구적 규모의 환경규제에 대응하여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제조업의 저탄소· 녹색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의 실천을 위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뿌리산업의 그린화와 구조고도화의 추진을 위한 '녹색성장 7대 실천과제 및 주력산업의 녹색화', '뿌리산업 강화 전략' 등의 다양한 육성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의 뿌리산업 육성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뿌리산업이 신3D(Digital, Dynamic, Decent)산업으로 거듭나서 우리나라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는 뿌리산업 관련기업, 정부, 관련 협회 및 기술지원기관의 역할이 매우 크고, 특히 대구시, 대구경북중소기업청,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및 최근 설립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구분원 등 뿌리산업 관련 유관기관들 사이의 상호 유기적인 협력과 역할 분담이 매우 필요하다 하겠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김영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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