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첫 오스카' 수상자 에밀 재닝스

봄이 오면 전세계 영화팬들은 설레기 마련이다.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 때문이다. 올해 제83회 시상식은 2월 28일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열리는데 벌써부터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을 놓고 예상이 분분하다.

상이 처음 제정된 1929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그해 오늘, 에밀 재닝스(1884~1950)가 홀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5월 16일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열리게 돼 있었는데 3개월 전에 일찌감치 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유럽으로 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기에 특별 대접을 받았다. 당시에는 밀봉한 봉투를 열고 수상자를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고 몇달 전에 신문에 공지를 했다.

그는 첫 수상자로 기록되는 영광을 안았지만, 말년은 비참했다. 독일계 스위스 출생에 살찌고 듬직했지만 냉철한 표정연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마지막 명령' '육체의 길' '푸른 천사' 같은 걸작을 남겼다. 무성영화 시대가 끝나자 퉁명스런 독일식 발음으론 할리우드에서 더 이상 버틸수 없어 독일로 돌아갔다. 나치스 선전영화를 제작하고 출연한 탓에 2차대전 후 영화계에서 영구 추방됐다.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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