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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나는 차(茶)를 사랑한다

김길령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국장
김길령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국장

사람들과 어울려 마시는 차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어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 나는 혼자서 차를 마실 때 가장 행복하다. 마음을 다스리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는 계절이나 날씨, 그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하여 마시게 된다.

입춘이 지난 초봄에는 매화차를 즐긴다. 이른 봄, 매화가지째 꺾어서 다례원을 방문하는 선생님이 계신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와 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운 매화의 강인함과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지만 그것보다 더욱 반가운 것은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해주는 선생님의 변함없는 마음이다.

날씨가 화창하고 맑은 봄날에는 보성이나 하동, 제주에서 생산된 녹차를 마신다. 녹차는 찻잎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분류된다. 4월 20일 전후에 따서 만든 차는 '우전', 4월 25일부터 5월 5일 사이에 따서 만든 차는 '세작', 그 이후에 따서 만든 '중작'과 '대작'이 있다. 나는 특히 찻잎이 참새 혀와 닮아서 '작설'이라 불리는 세작차를 즐겨 마신다. '우전'은 너무 어린 잎이라 단맛이 강한 반면 깊은맛과 향이 부족하다. 하지만 '세작'은 향이 깊고 맛 또한 감칠맛이 풍부하여 쌉쌀한 끝맛에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 우울해지는 날은 기분 전환으로 향이 강한 대만의 '대우령'과 중국 복건성의 '철관음' 등의 청차류를 마신다. 하늘이 더 없이 푸르고 높은 가을날에는 발효차와 묵직하면서도 향기가 그윽한 대만의 '목책 철관음'을 즐긴다. 바람 불고 쌀쌀해지는 초겨울은 '대홍포'의 진하고 깊은 난화향이 그리워진다.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날에는 뜨겁게 우려낸 우리나라 황차와 '보이차'를 마시면 추위를 잊게 해준다.

행사가 많거나 학기 중에 피로가 겹쳐 몸이 지치고 힘이 들 때는 가루차를 마신다. 어떤 특별한 날인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주로 '홍차'를 즐긴다. 차를 많이 마신 날에는 화차인 '국화차', 대용차인 '메밀차'나 '연잎차' 등을 마신다.

이처럼 나는 다양한 차를 사랑한다. 차를 마시지 않은 날은 소화가 되지 않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허하다는 느낌이 오는데,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차가 고파지는 것이다. 차를 우릴 때 다관에서 환하게 피어오르는 차향에서 행복이 묻어나고 찻잔 속의 연녹빛 은은한 탕색과 한두 개의 펼쳐진 찻잎은 앙증맞은 꽃잎 같아 눈을 즐겁게 한다. 따뜻하게 우려낸 찻물을 한 모금 목 뒤로 넘겼을 때 입안에 향긋한 향이 감돌며 그 여운이 오래도록 머문다. 나는 차의 향과 맛을 음미하고 즐길 때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몸담고 있는 최상의 행복을 누리는 선택받은 사람으로 내 삶에 늘 감사하고 만족한다.

김길령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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