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원로음악가회, 대구음악관 건립 제기

기록 없는 음악도시 대구, 음악관부터 세우자

임우상 대구원로음악가회 회장은 더 늦기 전에 대구음악관을 건립해 우리나라 음악의 역사를 보존 전시하고, 선배 음악인들의 업적을 찾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우상 대구원로음악가회 회장은 더 늦기 전에 대구음악관을 건립해 우리나라 음악의 역사를 보존 전시하고, 선배 음악인들의 업적을 찾아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20년 박태준 선생이 작곡한 '가을밤'이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임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1922년 작곡한 '동무생각'이 홍난파의 '봉선화'보다 빨랐음을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향토출신의 김문보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의 바리톤 독창자였음을 아는 사람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독창회를 연 사람이 권태호(테너)임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음악역사가 사라진다

일찍이 음악도시였지만 음악기록이 보존되지 않은 탓에 대구의 소중한 자랑이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대구에는 박태원(1897~1921), 김문보(1900년 출생), 박태준(1900~1986), 현제명(1903~1960), 권태호(1903~1972), 하대응(1914~1983), 이점희(1915~1991), 김진균(1925~1986) 등 한국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근현대 음악가가 수두룩하고, 매년 대구권 대학에서 배출되는 음악인만 해도 1천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대구시가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음악과 관련한 축제와 공연도 많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 음악사 자료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학술 연구서나 논문을 작성하려고 해도 자료확인이 난감하다. 음악 전공자들은 물론이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한국 근현대 음악사를 알릴 길이 없다. 챙기지 못한 사이에 음악역사가 유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 분야의 자료유실은 대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계명대 박미경 교수에 따르면 한국박물관협회에 등록된 박물관 수는 380여 개. 이 중에 음악적 전문성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은 6개가 고작이다. 그나마 세계민속악기박물관과 축음기 전문 박물관이 각각 1곳이고 나머지 4개는 국악전문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 서양 음악이 들어온 지 100년이 훨씬 지났고 많은 음악가들이 커다란 족적을 남겼지만 이 같은 역사가 체계적으로 보관, 전시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음악대학에서조차 음악사 자료를 확인할 길이 없고, 언제, 누가 어떤 공연을 했는지 프로그램조차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다.

◇ 복합기능 가진 도서관으로

임우상 대구원로음악가회장은 "대구에 서양음악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부터다. 1907년 신명여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고, 1912년에는 계산성당에 악대가 조직됐다"고 했다. 또 "1916년 박태준의 지휘로 남성교회에서 대구 최초로 찬송가 합창공연이 열렸다. 1917년에는 박태원, 박태준, 현제명 등이 참여하는 제일교회 성가대가 조직됐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와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원로 음악가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이 있지만 이사와 별세, 보관문제 등으로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대구 음악관을 건립해 음악자료를 보관, 전시하고 개인이 소장한 오래된 작품들도 현대식 방식으로 재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원로음악가회를 중심으로 음악관 건립을 위한 심포지엄과 영상작업, 콘서트 등을 열어왔지만 민간차원에서 일을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대구시가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음악 자료는 개인이 소장할 것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과 일반인 누구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보관 전시실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보관 전시하는 차원을 넘어 오래된 음반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옛 악보와 작곡 당시 음반 등을 확인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도서관이나 박물관과는 차별된 형태와 구조의 음악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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