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1 아들의 교육을 위해 대구 북구에서 수성구로 이사한 학부모 김모(44·여) 씨. 살던 아파트를 팔아 전세로 옮겨야 했지만 자녀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옮겼어야 했는데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수성구에는 학원이 집 가까이 밀집해 있고 학교도 철저하게 학력관리를 해 주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이 일반계고의 입학 성적 대비 수능 성적을 비교·분석한 결과 북구·남구 등 비 수성구 고교의 학력 향상도가 '수성학군' 고교를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학력 향상 우수 고교 중 수성구 고교는 단 한 개뿐이었다.(표 참조)
관계기사 3면
이번 분석 결과는 재수생을 포함한 수도권 명문대 진학 성적으로 매겨지던 그동안의 입시 명문고 순위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학교가 학생을 받아 3년간 얼마나 성적을 끌어올렸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의미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이른바 '투입 대비 산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학력지수이기 때문이다.
학력 향상 우수고 순위는 대구 67개 일반계 고교 재학생들의 성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2008년 입학 당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와 2011학년도 수능시험의 언어·수리·외국어 등 3개 영역별 등급 점유율 결과를 비교 조사한 것.
학력 향상도 상위 20개 고교 중 1위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매천고(북구)가 차지했다. 매천고는 특히 중·하위권 학생의 수능 성적이 입학 때보다 크게 올랐다. 매천고 측은 "개교 당시 칠곡에서도 가장 학력이 낮은 학교로 꼽혔지만, 지난해 수능에서 수리 가 1·2등급 학생이 21.6%에 달했다. 학생 인성교육과 철저한 생활지도, 학업관리를 한 성과"라고 말했다.
2위인 협성고(남구)는 3년 만에 전체 영역 합의 1등급 점유율이 3.9%에서 6.1%, 1~2등급은 11.1%에서 14.2%, 1~3등급은 25.7%에서 28.8%로 늘어났다. 대구외고(달서구)는 1등급이 34.7%에서 46.2%, 1~2등급은 62.6%에서 68.6%, 1~3등급은 83.2%에서 84.9%로 늘었다.
반면 동문고를 제외한 수성구 고교는 대부분 학력 향상도가 낮았다. 한 수성구 고교는 2008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당시 1등급은 21.9%, 1~2등급은 42.7%, 1~3등급은 65%에 달해 입학 자원이 매우 우수했지만, 2011학년도 수능에서는 각각 14.2%, 29.9%, 49.8%로 뚝 떨어졌다. 오히려 3년간 성적을 크게 까먹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학력 향상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인 만큼 다른 지역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수성구 학교들은 낮은 향상도를 보이거나 내려갔다"며 "이번 분석 결과를 통해 진정한 교육적 의미에서 우수 고교는 특정 지역에 자리 잡고 있거나, 명문대 스코어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최병고·채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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