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력은 강했지만 후폭풍은 예상보다 작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과학비즈니스벨트 대통령 책임론' 발언은 미묘한 파장을 낳았지만 겉으로는 일단 넘어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계와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하며 논란 확산을 꺼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17일 "책임이라는 말 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지만 누구를 비판한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 자신은 결정 권한이 없는 만큼 대통령 책임 하에 일을 처리하면 된다는 뜻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청와대 측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에서도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이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청와대 역시 "정부가 책임지고 하라는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동남권신공항 유치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대구경북권, 충청권, 호남권 등 지역별로는 아전인수격 해석만 분분하다.
여권 내 각 계파의 이 같은 '관망 모드'는 맞불을 놓았다간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현 정부와 권력 투쟁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제2의 세종시'로 떠오른 과학벨트·신공항 결정이 행정부의 몫인 만큼 입지 선정 이후 발생할지도 모를 파문의 원인을 괜히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 역시 영남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만큼 특정지역에 과학비즈니스벨트와 신공항을 줘야 한다는 식의 제한선까지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미래 권력'으로 평가받는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을 놓고 당장의 여권 분열은 없더라도 친이·친박계 갈등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개헌과 차기 총선 공천 등 양보할 수 없는 사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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