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제 교육

교육열이 대단한 우리나라 국민이지만 '경제 교육'만은 아무래도 모자라는 것 같다. 자녀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인가, 구두를 닦으면 1달러를 주겠다는 식의 현실적인 교육은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모양이다. 금전적인 계산을 멀리하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작은 셈본에는 오히려 초연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사회에서 경제 교육을 받고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인 경제 교육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의 근간은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에 있다. 기업가 정신은 이윤을 얻는다는 단순한 측면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윤을 남길 것인가라는 창의적인 정신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이 절실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속에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외교부 산하 외교안보연구원이 초임 재외 공관장 30여 명을 대상으로 2주간 교육을 실시하는데 이 중 1주일은 민간에 위탁해 경제 교육을 받도록 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경제 교육을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사업을 적극 도울 수 있도록 비즈니스 마인드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공관장과 기업인의 네트워크도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은 당연하다.

외교 업무도 이제 과거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 도식적인 고시 공부만으로 훌륭한 직업 외교관이 될 수 없다. 많은 경험을 가진 민간인 참여가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공관장이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를 돕는 등 경제 활동에 적극 나서려면 관련 지식이 필수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교와 비즈니스를 통합할 수 있는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美) 대사는 36년 전 평화봉사단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그녀가 처음부터 착실하게 외교관 수업을 받은 것은 아니다. 최근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라는 에세이집까지 출간한 그녀는 민간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그녀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런 능력을 인정해 주는 미국 정부의 안목이 더 부럽다.

이제 경제 교육은 모든 관료들에게로 확대돼야 한다. 민간이 갖고 있는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관(官)에 접목시킬 것인가. 그리고 두 영역 간의 장벽을 어떻게 허물어갈 것인가. 성숙한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이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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