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형 아파트가 투기 대상이 되고 있다. 미분양 영향 등으로 소형 아파트 공급이 줄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지 투기 자본들이 '입도선매'식으로 소형 아파트 매집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달서구나 북구 일부 지역은 자고나면 소형 아파트 가격이 오를 정도로 투기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며 피해 지역이 대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2천만원 오른 소형 아파트="부산과 창원에서 올라온 부동산이 일부 지역 업소와 연계해 소형 아파트가 나오면 묻지마 식으로 사고 있습니다. 가격은 급등하고 매물은 지난달부터 사라진 상태입니다."
대구 북구 칠곡에서 부동산 업소를 운영하는 엄모 씨는 "지난해 11월 이후 투기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가격 급등 현상은 국토해양부가 제공하는 실거래 매매가격 사이트를 보면 쉽게 나타난다.
전용면적 60㎡(20평형대)인 구암동 A아파트의 지난해 11월 거래 가격은 1억1천만원, 12월 1억3천만원으로 오른 뒤 1월부터는 매물 부족으로 거래가 사라졌다. 현재 칠곡 지역 20평형대 아파트는 겨울을 지나면서 1천만~2천만원 오른 상태며 전세 가격 또한 비슷한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 같은 소형 아파트 투기는 지난해 하반기 달서구에서 시작됐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부산 경남지역 투자자들이 달서구 지역 중소형 미분양을 사들여 몇 달 사이 가격 인상으로 수익을 낸 뒤 부산경남 투기세력이 본격적으로 달서구에 진출해 소형 아파트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왜 소형 아파트인가=투기세력이 소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삼는 원리는 간단하다.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가격 조정(?)이 쉽고 부담 없는 자금으로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곡 지역 소형 아파트 가격은 1억원에서 1억3천만~1억4천만원 사이. 현재 전세 가격은 매매가의 80~90%까지 올라 있으며 계약금 10%를 내고 바로 전세를 놓으면 2억원으로 아파트 10여 채를 살 수 있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대구에 진출한 투기세력은 이미 부산경남 등에서 소형 아파트 투기로 재미를 본 이들"이라며 "서울 지역에서 내려오는 투기 세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기 세력은 1억2천만~1억3천만원 미만의 20평형대 소형아파트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30평형대 아파트만을 투기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수요에 비해 소형 아파트 매물이 부족한 것도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대구 지역 내 준공 후 미분양 9천 가구 중 소형은 불과 200여 가구에 그치고 있고 대구 전체 아파트 44만2천 가구 중 소형은 9만1천 가구로 비율이 낮다.
부동산 업계는 "투기세력이 달서구와 북구에 이어 수성구까지 진출해 매물 매집에 나서고 있다"며 "대구시나 구·군청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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