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세계육상 손님맞이] 성숙한 관람문화 대책 실종

시끄러워 무슨 경기하는지 '멍∼'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예매 접수한 입장권의 66%가 청소년들에게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육상경기 관람 교육 프로그램은 준비되지 않아 육상대회 시 대구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체육 관계자들은 대구시와 조직위가 '자리 채우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관전문화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중석 만석되면 4명 중 1명은 학생

두 차례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를 관람했던 고교생 이모(17) 양은 어떤 경기를 봤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회 직후 축하공연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에만 관심이 갔고 육상 경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양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경기장을 쏘다니며 시간을 때웠다"며 "아는 선수도 없었고, 무슨 경기가 벌어지는지는 더 몰랐다"고 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5일 현재 예매 접수한 입장권은 18만8천533장으로, 대회기간 동안 만원 관중 목표치인 45만3천962석의 41.5%를 넘어섰다. 입장권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각급 학교의 관람 신청 덕분. 조직위는 대구시교육청과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입장료의 60%를 할인해주는 '꿈나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입장권을 예매한 학교는 250여 곳. 참여 학생은 12만5천여 명이다. 관중 목표치를 달성할 경우 전체 45만여 관중의 27.5% 이상이 학생들로 채워지게 된다.

◆관중 매너 교육 절실

지역 한 육상인은 "지금까지 대구에서 여섯 번 열린 국제육상경기대회를 보면 관중석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학생들이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장면이 많았다"며 "육상경기는 관중의 매너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청소년을 위한 관람교육이 필수"라고 걱정했다.

체육 전문가들은 "육상대회는 선수와 관중이 유기적으로 호흡하는 관전 문화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장 내에서 도약 종목과 필드 종목, 투척 종목 등이 동시에 펼쳐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데다 경기 종목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

그러나 대회기간 중 매일 관중석의 25%가량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청소년들에게 해외 유명선수들을 소개하거나 경기 관전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조직위 관계자는 "3월부터 교육청과 협의해 반입 금지 품목 등에 대해 교육을 하거나 안내문을 경기장에 부착하는 정도의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는 "경기를 이해하고 유명 선수들의 기록을 알려주는 등 프로그램을 짜서 교육해야 한다"며 "트랙 경기는 출발 전에 정숙하고 도약경기에서는 선수가 박자나 호흡을 요구할 때 함께 호응하는 식의 관전 매너도 알려줘야 대구의 성숙한 관전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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