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외국인 노동자 A(40·여) 씨와 한국인 K(59) 씨 등 5명이 대구 달서경찰서에 붙잡혔다. 우즈베키스탄 불법체류자인 A씨는 직장동료 B(26·여) 씨의 건강보험증으로 B씨인 것처럼 행세하며 병원에서 20여일 동안 수술과 치료를 받고 630만원 상당의 국민건강보험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2000년 의·약 분업에 따라 건강보험증 제출 시 신분확인 절차가 폐지되면서 이를 악용해 건강보험을 부정 수급하는 경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 도용 건수가 2007년 477건이던 것이 2008년 550건, 2009년 62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5월까지 479건이 적발돼 2007년 한 해 동안의 적발 건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7년부터 2010년 5월까지 부정 수급액만 17억4천200만원으로, 한 건당 83만원 수준이다. 건강보험증 도용 사유로 주민등록말소와 보험료체납, 무자격자 등의 순으로 많았다고 복지부 관계자는 밝혔다.
건강보험증 대여·양도 및 부정 사용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증에 신분을 확인할 만한 사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이 본인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취재진이 17일 타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를 이용해 병원 치료를 시도한 결과, 달서구 지역 대부분의 병원에서 손쉽게 진료 신청을 할 수 있었다. 한 정형외과 병원은 신분증과 의료보험증을 요구했지만, 없다고 하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용지에 적도록 한 뒤 진료 신청을 해줬다.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으로도 병원 진료가 가능했다. 건강보험증이 본인 것인지 대조해보는 병원은 단 한곳도 없었다. 신분확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병원 직원은 "환자 편의를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분 확인을 하면 불쾌해 한다.
최근엔 타인의 건강보험증으로 진료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건강보험증 대여·양도 등 부정사용이 최근 외국인 불법체류자와 신용불량자들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병·의원과 약국의 '환자 건강보험자격 확인'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의료계가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환자들과의 충돌이 생기고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발해 무산됐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는 "병원이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법개정 없이는 건강보험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없다.
기존 보험증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 도입 등 새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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