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앙지, 전국지

우리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앙으로, 대구 경북 등 비수도권을 지방으로 분류해 왔다.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대구 경북이 영남 지역인 것처럼 서울도 중부 지역일 뿐이다. 종속적인 '중앙'과 '지방'이 아닌 수평적인 '지역'으로 봐야 효율적인 국토 개발이 이뤄진다. 수도권 집중 대신 국토의 균형 발전 개념이 정립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인사들은 이를 철저히 부정한다. 지방을 오로지 서울의 변방으로만 존재시키려 한다. 지역 사람들도 장기간 이에 길들여진 나머지 (종속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는 언론 환경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는 서울에서 방송되면 중앙방송, 지역에서 방송되면 지방방송이라고 폄하하는 습관에 빠져 있다. 옆에서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얘기라도 나오면 '지방방송 꺼라'고 면박을 준다. 그만큼 지방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신문도 마찬가지이다. 통상적으로 독자들은 신문을 중앙지와 지방지로 구분한다. 서울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되면 중앙지, 지방에서 발행되면 지방지로 부른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 분권 운동이 시작됐을 때 일부 언론학자 및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중앙지를 전국지로, 중앙방송을 전국방송으로 부르기로 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이 정권 들어 이런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지역민들은 중앙지가 아닌 전국지, 중앙방송이 아닌 전국방송으로 부르는 것이 옳을 듯하다. 혹자는 여기서 나아가 수도권 문제가 아니면 주요 뉴스로 취급하지도 않으니 차라리 '수도권 신문' '수도권 방송'으로 부르자는 제안도 한다.

이런 언론은 지역의 현안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하거나 아니면 고춧가루를 뿌려댄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 관료들이나 수도권 인사들은 인천공항만 필요할 뿐 영남권 신공항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에 동조한 전국지들이 '신공항 무용론' '김해공항 증축론'을 들고 나오며 1천300만 영남 지역민들의 염원을 매도했다.

수도권에 도움만 된다면 근거 없는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하는 수도권 언론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권 이외 지역이 잘되는 것은 죽어도 못 봐주겠다는 신문들을 '중앙지'라며 고집하는 반면 지역 발전을 위해 목숨 걸고 뛰는 지역신문을 외면하는 지역민들이 있는 한 우리 지역 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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